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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
올해 우리나라 가요계 최대의 스타는 임영웅이었다. 2022년 가요계 핵심 트렌드는 걸그룹 초전성시대와 임영웅 신드롬 등이다. 임영웅은 한 개인을 넘어 존재 자체가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현상이고 트렌드이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하는 트렌드로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임영웅에게 필적할 만한 스타는 방탄소년단인데, 방탄은 올해 정식 앨범을 내지 않는 등 소강기였기 때문에 임영웅이 2022년의 원톱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연말 시상식 시즌 임영웅의 수상 실적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 가운데 지니 뮤직 어워드에서 임영웅이 대상 중의 하나인 올해의 음원상을 수상하는 등 3관왕에 올랐다. 이건 대단한 성과이긴 하지만 임영웅이라서 문제가 됐다. 올 최고의 스타 임영웅에게 대상 중 하나만 가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은 보이그룹 NCT 드림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 이외의 아이돌이 임영웅을 제친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인데, 그 당사자가 NCT 드림이라서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에 따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터졌다.
NCT 드림은 올해 앨범을 360만장 정도를 팔아치운 국제적 슈퍼스타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지도는 낮다. 한류 팬덤에게 뜨거운 인기를 모으는 것인데, 이런 팬덤 인기가 앨범 판매의 발판이 된다. 그래서 앨범이 많이 팔려도 보통사람은 이런 아이돌의 노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아이돌이 대상을 받게 되면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곤 한다. 더군다나 이번에 유독 크게 논란이 터진 건 지니뮤직 어워드가 음원 플랫폼의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선 앨범 판매량이 아니라 음원 성적이 중요하다. NCT 드림은 앨범은 많이 팔았지만 음원 성적은 최고 수준이 아니었다. 올해 아이돌의 히트 싱글 음원은 주로 걸그룹에서 나왔다. 그래서 임영웅을 제친 주인공이 아이돌 중에서도 NCT 드림이라는 점이 더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임영웅은 올해 지니뮤직의 음원 차트에서 수시로 싹쓸이를 했다. 보통 스타 아이돌들이 앨범 발매 직후에 잠시 줄 세우기를 하는 경우는 있다. 톱10 안에 여러 곡을 진입시키는 식이다. 그런데 임영웅은 예컨대 1위부터 14위까지 모두 휩쓰는 식의 듣도 보도 못한 싹쓸이를 앨범 발매가 한참 지난 후에도 일상적으로 했다. 이런 음원 성적을 거두고도 해당 음원 플랫폼 대상에서 아이돌에게 밀려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공분이 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고질병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중문화 시상식은 신뢰성이 낮기로 악명이 높다. 그중에서도 대중음악 시상식의 신뢰성이 가장 떨어진다. 그동안 대형기획사 아이돌이 석연치 않게 수상하거나, 연말 결산 음악방송에서 이유 없이 엔딩무대에 선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다.
이번에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두 개의 대상을 받은 NCT 드림도 대표적인 대형기획사인 SM엔터 소속이기 때문에 논란이 더욱 고조됐다. 후보들의 성적이 엇비슷했다면 상황이 애매했을 수도 있는데, 압도적으로 최고 위상의 임영웅이 있다 보니 의혹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건 누가 수상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누리꾼들이 임영웅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대중문화 시상식의 신뢰라는 공적인 사안이다. 대중문화 선진국은 시상식의 신뢰와 권위가 높다. 우리도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 언제까지 시상식이 국민의 조소 속에 머물 것인가. 상을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는 이 간단한 일이 그렇게 힘든가.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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