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바다를 향하여 .14] '동해안 시대' 열어갈 인프라 구축사업…영일만대교 4㎞로 축소될 듯…울릉공항 연말 공정률 30% 전망

  • 마창성,정용태,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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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7 06:59  |  수정 2022-11-17 07:52  |  발행일 2022-11-17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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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대교 조감도.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여남동까지 9㎞를 해상교량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국방부의 반대로 경북도와 포항시, 지역 정치권은 포항신항~북구 여남동 구간 4㎞만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포항시 제공〉
'동해안 시대'를 열어갈 인프라 구축사업이 포항 등 경북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100만 관광객 시대'를 열어갈 울릉공항 건설사업 정도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뿐 대부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미 가동 중인 인프라는 악재가 겹쳐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선 변경하는 영일만대교

영일만대교는 당초 포항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까지 길이 18㎞로 계획됐다. 전체의 절반인 9㎞를 해상교량으로 건설할 경우 포항의 산업과 관광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돼 '경제 대교' '관광 대교'로 불린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물론 경북도와 포항시가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국방부가 9㎞를 해상교량으로 하면 전쟁 발생 때 해군기지의 군함이 바다로 나가는 데 방해를 받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포항시는 국방부를 상대로 영일만대교의 필요성을 계속 설득해 왔으나 입장 변화가 없자 최근 노선을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계획했던 남구 동해면~북구 여남동 9㎞를 해상교량으로 추진하는 대신 동해면~포항신항 구간은 우회하고 포항신항~여남동 4㎞ 구간만 해상교량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 이렇게 되면 국방부와 협의 없이 바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영일만대교는 대구경북의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 중요하다. 전국에 해상교량이 35개소에 이르지만 경북은 바다를 낀 지자체 중 유일하게 해상교량이 없다. 이에 '동해 유일 해상교량'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될 영일만대교는 경북 동해안 관광 진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가 역점 추진 중인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영일만관광특구 등과 연계해 해양관광도시 포항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포항 산업지형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크다. △포스코와 철강산단 △블루밸리국가산단 △영일만산단 등의 배터리규제자유특구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첨단연구단지가 항만·공항과 연결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화룡점정을 찍게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영일만대교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국가보안 문제를 넘어서지 못해 아쉽지만 사업 착수가 시급한 만큼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내년에 사업이 착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물동량 줄어든 영일만항

영일만항은 단순히 선박이 입출항하는 터미널이 아니라 부가가치 물류를 창출하는 종합물류기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대구경북의 관문이기에 영일만항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됐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영향으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동량 감소로 영일만항 인입철도의 운행도 멈췄다. 이에 경북도와 포항시는 영일만항 물동량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영일만항 컨테이너 누적 물동량은 5만428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아직 한 달 반이 남았지만 지난해 물동량 9만7천477TEU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물동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3월부터 영일만항에서 러시아로 향하던 화물 선적 예약이 대거 취소됐다. 완성차를 일본에서 영일만항으로 가져와 분해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던 일본 자동차 기업이 러시아 수출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의 물동량은 연간 약 4만5천TEU로, 영일만항 전체 물동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9㎞ 영일만대교 군함출입 방해"
국방부 난색에 '노선변경' 가닥
포항시 "내년 사업착수에 최선"

종합물류기지 담당한 영일만항
러-우 전쟁 여파로 물동량 급감
코로나에 크루즈 관광도 중단

"소형항공기 관광객 유치 한계"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목소리



기대를 모았던 영일만항 인입철도도 물동량 부족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정부와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11월부터 1천696억원을 들여 포항 흥해읍 이인리 포항역에서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까지 11.3㎞ 단선철도를 건설했다. 2019년 12월 개통해 2020년 7월부터 화물열차가 상업운행을 시작했다. 육로에 의존했던 화물 운송이 철도로도 가능해져 항만 접근성을 높였다. 그동안 영일만항 인입철도는 동남아권의 목재 팰릿 운송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 물량이 해상으로 전환돼 열차 운송 물동량이 없어지면서 지난해 5월부터 운행을 멈췄다. 1천700여억 원이 투자된 철도기반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영일만항이 중고자동차 수출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포항시는 최근 국내 중고차 수출전문기업과 '포항영일만항 중고차 수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일만항은 수도권 인근의 항만보다 넓은 항만 부지를 보유한 덕에 이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항만부지에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항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으로 예정된 시멘트·모래·조선, 기타 광석 등 5선석 부두 건설사업 청사진도 하루빨리 제시돼야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영일만항 배후 산업단지에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이 활성화해야 한다"며 "몇몇 기업과 접촉을 하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관광도 큰 타격

영일만항에 여객부두가 준공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크루즈 관광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9월 영일만항을 모항으로 취항한 국제 카페리호가 운항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운항을 중단했다. 이 카페리호는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준공을 계기로 취항했으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마이즈루를 각각 주 1회 운행했다. 러시아·일본의 환동해권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물류·관광 분야 뱃길이 열렸지만, 코로나19로 해양 관광길이 끊겨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관리하는 포항영일신항만〈주〉(PICT) 경영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PICT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2009년 운영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누적 당기순손실이 933억원에 달한다. 운영사와 지자체의 대책이 시급하다.

다만 크루즈 시장이 최근 다시 꿈틀대면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현재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요 기항지의 국제크루즈 운항이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 4~5월부터는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4일부터 국제크루즈 입항과 외국인 여행객 하선 관광을 허용하기로 한 것. 동시에 한국 출도착 국제크루즈 운항도 가능해졌다. 중단된 포항~일본, 포항~러시아 국제 페리호가 재운항할 전망이다.

울릉공항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간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올 연말까지 공정률 30%를 달성할 전망이다. 울릉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순조로운 울릉공항 건설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공항 건설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경북도·울릉군 등에 따르면 연말까지 공정률 30%를 달성할 전망이어서 2025년 개항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릉공항 건설로 2050년에는 최대 111만명이 울릉도를 방문할 전망이고, 약 9천8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천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100만 관광객 시대'의 실현과 국제선 및 부정기 항공편 활성화를 위해서는 활주로 길이의 연장이 필요하다. 울릉공항은 연간 53만명 규모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과 1천200m 활주로 시설이 계획돼 있다. 이 활주로 길이로는 극동 러시아, 일본, 중국 일부 등 근거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만 가능하다. 50인승 소형항공기의 운항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

국내 항공 전문가들은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1천300m로 100m만 연장되면 80∼100인승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 탑승객 및 화물 수송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울릉도 관광객 증가세를 볼 때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항공 수요는 충분하므로 활주로 길이를 100여m 정도 연장하면 현재 계획된 수송 능력의 두 배를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김기태기자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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