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응원' 대신 '거리두기' 월드컵…저마다 응원방식 찾은 시민들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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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2 18:26  |  수정 2022-11-24 14:01  |  발행일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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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한국-스웨덴 경기가 열린 당일 대구시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마련된 거리응원전을 찾은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올렸지만 '이태원 참사' 등의 영향으로 대구에서는 '거리응원' 대신 '거리두기 응원'이 함성을 가득 채울 전망이다.

지난 21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은 다음 달 19일까지 이어진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밤 10시 예선전 첫 경기를 시작으로, 28일과 다음 달 3일까지 경기를 이어간다.

월드컵 때마다 시민들이 거리에 모여 응원의 함성을 전하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대구의 경우, 삼성라이온즈파크나 국채보상운동공원을 중심으로 거리응원을 진행해왔지만, 올해 대구시내 풍경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대구시 주도의 거리응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2일 경기도와 서울시가 붉은악마 주도의 거리응원을 허용했지만, 대구에선 붉은악마 주도의 거리응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붉은악마 대구지부에서 응원 행사를 추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붉은악마 대구지부 측은 "회원들 대부분 카타르에 가 있어 행사를 안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대구시도 "파악된 별도 민간 행사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구 시민들은 소규모로 모이는 '거리두기 응원'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학가는 학내 식당을 활용해 응원장을 만든다. 경북대는 24일 우루과이전 당일 공과대학 식당에서 단체응원 행사를 진행한다. 다만, 안전사고에 대비해 선착순 200명으로 정원을 한정했다. 영남대 또한 학내 식당을 빌려 응원장을 만든다.

대학생 김상훈(22·대구 북구)씨는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던 해 고3 수험생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올해는 조금 기대했는데 거리응원이 없다니 아쉽다"며 "가능하면 학교 내에서 학우들과 같이 축구를 보려고 한다"고 했다.

일부 유통업체도 단체 응원 행사를 진행한다. 오비맥주 '카스'는 동성로의 한 주점에서 응원 이벤트를 진행하고, 중계권을 확보한 CGV는 대구 내 5개 상영관에서 예선전을 생중계한다. 그 외 대구 각 지역의 카페, 주점 등에서도 소규모 응원이 이어진다.

시민들은 '거리두기 응원'을 두고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과 함께 4년 만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이 공존한다.

한모(29·대구 수성구)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두렵다. 암암리에 추모 분위기도 있어 눈치가 보인다. 친한 사람들이랑 집에 모여서 경기를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41·대구 동구)씨는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U-20 경기를 봤었다. 2002년 월드컵도 여전히 생생한데 매년 오는 기회도 아니고 그 열기를 다시 느끼지 못한다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대구시는 응원 분위기가 고조되면, 거리응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거리응원 승인이 나고 1차 예선을 통과해 응원 여론이 형성된다면 대구시도 지자체 주도로 거리응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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