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천태만상] (4) 운영비 부담에 허덕이는 무료급식소 "밥 대신 떡…간식만 나누며 겨우 버텨"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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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30 07:02  |  수정 2022-11-30 07:08  |  발행일 2022-11-30 제8면
후원금까지 급감해 '이중고'
몇달째 도시락 배식 끊기고
문닫는 자발적 급식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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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선 어르신과 노숙인 등에게 떡과 물을 나눠주고 있다

"대구 시내 문 닫은 무료급식소가 한두 곳이 아니에요. 물가가 너무 올라 무료급식을 감당하기에는 이제 벅찹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자비의 집' 관계자는 무료급식소 운영에 부담이 크지만, 23년 동안 이어오던 배식은 멈출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이후 후원금이 80% 가까이 줄고, 23명이던 후원자는 1명밖에 남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마저 크게 오르면서 코로나19 이후 2년 2개월만인 지난 5월 재개한 무료 배식을 중단하고 다시 떡과 과자, 물 등의 급식을 대체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비의 집 앞은 평일 오전 11시만 되면 장사진을 친다.

29일 오전 10시30분쯤 자비의 집 무료급식소 앞에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배식을 기다리는 어르신과 노숙인들의 줄이 뒷골목까지 길게 이어졌다. 급식소 직원은 상자 속 아직 따뜻한 떡을 확인하고 배식 준비를 마쳤다. 테이블 한쪽에는 과자가 소분된 비닐봉지가 있었고 문 앞에는 생수가 놓여 있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배식이 시작됐다. 자원봉사자들은 초록색 상자에 든 따뜻한 떡과 물 한 개를 줄 서 있던 어르신·노숙인들에게 나눠 주었다.

떡과 물을 손에 든 어르신과 노숙인들은 잊지 않고 감사 인사를 남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 어르신은 "원래 이곳에서 한 끼 식사를 했었는데, 물가가 오르고 코로나19로 간식만 주니 조금 아쉽다. 하지만 재료비가 워낙 많이 올라 밥을 주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식 시간이 끝나갈 무렵 한 어르신이 다급하게 잔걸음으로 다가와 "아이고 힘들어라, 인제야 온다"며 웃으며 떡과 물을 받아 가기도 했다.

자비의 집 관계자는 "급격히 오른 재료비에 간식 배식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사 급식을 진행하던 몇 달 전에도 물가는 고공 상승 중이었다. 재료비는 물론 운송비, 임대료 모두 올라 단가 맞추기가 어려웠다"며 "실제 음식 재료비는 20~30% 올랐지만, 체감물가는 40~50%까지 오른 채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대구시내 무료급식소 여러 곳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많이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에 따르면 등록된 무료급식소는 42곳이며, 등록되지 않은 급식소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구시가 지원하는 무료급식소는 6곳으로, 연간 총 3억1천500만원이 지원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요조사를 통해 26곳에 대체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도시락 용기 등 1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무료급식소를 통해 사각지대를 지원하고,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노인복지관 무료급식사업, 재가노인 식사배달 등의 복지망을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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