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나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에서 저자는 소로우의 '월든'에 대한 자신의 독후감을 전하면서 나만의 진실한 감정과 나만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소위 엘리트로 살아왔던 저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 점점 버거웠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인생을 송두리째 내놓아야 했지요. 그러던 사이 번아웃이 온 남편이 갑작스럽게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합니다. 바로 지금이 '조화로운 삶'을, 나만의 '월든'을 살아볼 기회라 생각하고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은퇴 생활을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들의 은퇴 생활은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 되었습니다. 실개천이 흐르는 너른 땅에 지어진 작고 오래된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필요한 것만 남기고, 일과 기쁨을 하나로 만들어갑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느긋하게 향유하는 법을 터득한 순간, 100만원으로 4인 가족의 한 달 일상이 풍요로워집니다. 자본주의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않고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방법을 찾아낸 것이죠. 그렇게 저자는 자본주의 변두리에서 더욱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됩니다.

사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많은 예술가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가치를 언급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소감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이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쓰면서 내가 즐거운 글을 쓴다. 내가 즐거우면 그것을 똑같이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벌써 12월, 곧 학교는 한 학년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질 것입니다. 아이들도 저마다의 계획에 따라 겨울방학을 준비할 텐데요.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고 자신이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알아갈수록 뿌듯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내 삶에 활기를 더해 줄 그 무엇을 발견하는 기쁨, 배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꽉 차는 뿌듯함,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누리는 사람들을 사귀어 가는 즐거움의 경험은 어려운 고비마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될 테니까요.

영화에서도 자기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좇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란시스 하'에서 프란시스는 친목 모임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설명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합니다. 복잡한 일이라서 그런 거냐고 되묻는 이에게 "진짜로 하고 있지는 않거든요"라고 하죠. 프란시스는 프로 무용수가 되고 싶지만 현재는 견습 무용수일 뿐이고 그 일도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습니다. 설 수 있을 것 같았던 공연에는 결국 서지 못하게 되고, 무용단의 선생님은 프로 무용수 대신 사무실의 직원 자리를 제안하지요. 꿈은 여전히 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나의 재능에 대하여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세상과 기꺼이 유연하게 타협하는 길을 택하지요. 프란시스는 프로 무용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여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며 안무가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프란시스처럼 '망원동 인공위성'의 아티스트 송호준은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1억원의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마련해서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와 발사 일정 연기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지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한 뼘 더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