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법불아귀'는 없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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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20:00  |  수정 2022-12-14 14:23  |  발행일 2022-12-14
윤 정부 검찰 노골적 편향성

야당 대표도 대통령 측근도

엄정 수사 하는 게 '법과 원칙'

김건희 여사 왜 소환 안 하나

검찰권 행사는 증거·법리로

 

[박규완 칼럼] 법불아귀는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오른손엔 칼, 왼손엔 천칭을 들고 있다. 변호사 배지에도 천칭이 그려져 있다. 천칭은 형평과 균형을 상징한다. 변호사를 비롯한 사법부, 검찰 등 법조삼륜이 지향해야 할 덕목이 형평이며, 형평이 곧 정의라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는 공정"이라고 했으니 정의, 공정, 형평을 동의어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도 법의 형평을 반추한 말일 게다. 하지만 요즘 검찰엔 도무지 '형평'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는 강공 일변도다. 성남FC 후원업체에 대한 저인망식 압수수색에다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백현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전선을 확장한다. 검찰의 드센 화공(火攻)이 먹혔을까. 이 대표의 최측근 두 사람이 구속됐다.


한데 검찰의 이재명 포획용 대장동 수사는 지나치게 남욱 변호사의 진술에만 의존한다. 진술은 대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들었다"는 '카더라 통신'이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씨알도 안 먹혀"란 과거 발언에 대해선 "김만배가 회유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남욱의 검찰 진술 조서엔 "윤 대통령 밑에 있는 검사들 중에 김만배 돈을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이 사건(대장동) 수사 못할 거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남욱의 진술,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검찰은 대장동 개발의 '검은 돈'이 이재명에게 흘러갔다는 물증은 제시하지 못한다. 이재명 대표가 작심 반발하는 배경이다. "검찰이 남욱에게 연기 지도를 한다. 그런데 연기가 어설프다. 단 1원도 사적 이익 취하지 않았다. 탈탈 털어봐라". 이 대표는 '50억 클럽'을 겨냥해 "돈을 받은 자가 범인"이라고도 했다.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측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한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밝혀내는 게 검찰 수사의 홍심이다.


검찰의 이재명 수사를 보는 국민의 시선도 흥미롭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이재명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48.3%, '검찰을 더 신뢰한다' 39.8%였다. 오죽하면 검찰과 여권이 범죄자로 지목하는 이 대표의 말을 더 믿을까.


과거 검찰은 작위적으로라도 최소한의 형평을 지켰다. 야당 의원들을 수사하면 여당 의원도 같이 수사 선상에 올려 구색을 맞추는 식이다. 지금은 그런 도식(圖式)마저 사라졌다. 대놓고 편향의 티를 낸다. 예컨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는 아예 엔진이 꺼진 상태다. 검찰 공소장엔 김 여사 계좌 6개가 주가 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적시돼있다. 최근엔 소위 '선수'들이 날린 "8만주 때려 달라" "매도하라 하셈" 문자 메시지 7초 뒤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가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정매매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쩐주' 김건희 여사를 단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조사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 조작에 연루된 혐의자들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1년 넘게 미루고 있다. 검사의 법적 권력 '기소 편의주의'의 아주 나쁜 표본이다. '법불아귀'와 '춘풍추상'은 어디 갔나. 객관적 잣대라면 기소하는 게 온당하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야권이든 형평의 잣대, 같은 강도로 수사한다면 누가 감히 '정치 보복'이란 말을 입에 올릴까.


야당 대표 자리가 방탄의 갑옷이 될 순 없다. 외려 더 가혹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다만 물증과 법리로 범죄혐의를 소명해야 한다. 특정인의 진술로만 연기를 피우는 여론몰이는 경계해야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취임사에서 "오로지 법리와 증거만으로 검찰권을 행사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나.


공정한 검찰이라면 이재명 대표 주변만 헤집을 게 아니라 '50억 클럽' 내막과 박영수 전 특검에 제기되는 여러 구설도 수사로 밝혀야 한다. 김만배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 집을 매입한 의혹 역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런 우연은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잡을 확률보다 낮다. 검찰의 현란한 압색 신공은 뒀다 뭐하나. 집을 매매한 부동산중개소 등 몇 곳만 털면 경위가 명명백백히 밝혀질 텐데. '검찰 신디케이트'의 셀프 방탄인가.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9일 국민통합위원회 초청 오찬에서도 "모든 분야서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신줏단지처럼 떠받드는 '법과 원칙'은 노동자나 야권 인사들에만 적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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