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사 명작…왜 佛船에 부처님 대신 치장한 여인이 앉았을까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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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6  |  수정 2022-12-16 07:37  |  발행일 2022-12-16 제15면
古벽화·단청 문양·자연 풍경

山寺에 숨겨진 이야기 풀어내

청도의 대적사 극락전 벽화 등

기발한 발상 담긴 명작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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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대적사 극락전 향좌측 내부 벽화.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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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학 글·사진/불광출판사/488쪽/3만원

오래된 사찰에선 '명작'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석굴암 부처님이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처럼 '국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더라도 그 안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이야기가 있다. 이와 함께 독특한 발상으로 무릎을 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안에 담긴 깊은 염원과 신앙으로 절로 손을 모으게 하는 거룩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산사 명작'은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담긴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통사찰, 향교, 서원 등 전통 목조 건축에 남아 있는 단청 문양과 벽화 등을 20년 넘게 사진으로 기록해온 저자가 찍은 사진도 풍성하게 곁들였다. 스스로 1년에 300일은 '바깥에서 산다'고 말하는 저자는 수많은 사찰을 답사하고 그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면서 자신이 '명작'이라고 생각한 23곳을 글로 풀어냈다. 책은 '극락으로 가는 배, 반야용선' '꽃살문에서 닫집까지 고귀한 장엄' '수행에서 깨침까지' '천강에 비친 달 하늘에 박힌 별' '뜰 앞의 잣나무' 등의 주제로 나눠 구성됐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안성 청룡사 대웅전의 '반야용선도'는 잘 그린 그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반야용선은 아미타불이 왕생자들과 함께 극락으로 갈 때 타는 배이다. 극락으로 향하는 배에 탄 사람들은 남녀, 계층의 구분이 없는데, 탑승자를 묘사하는 과정에 시대가 반영된다. 안성 청룡사의 '반야용선도'는 남사당패가 타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는 조선 후기 스님이 써준 부적을 팔아 사찰 불사에 보태던 이들이었던 남사당패의 근거지 중 한 곳이 안성 청룡사였기 때문이다. 뱃머리 선두 부분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자리지만, 이 그림에는 갖은 치장을 한 여성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여성을 남사당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성 꼭두쇠(남사당패의 우두머리)로 알려진 '바우덕이'로 추정한다. 안산 청룡사에서 스님들 손에서 키워진 바우덕이가 남사당패의 선두에 선 것이다. 이런 의미 때문에 이 그림은 '잘 그린 그림'뿐만 아니라 '뜻깊은 그림'이 됐다.

저자는 기발한 발상으로 탄생한 명작도 소개한다. 청도 대적사 극락전 벽화에는 힘센 장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발우에 여러 사람을 담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의 좌측에는 극락으로 인도하는 인로왕보살과 지장보살이 있다. 힘센 장사가 발우에 담아 사람들을 치켜올린 건 바로 그들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극락으로 가는 방법은 연꽃에서 피어나 극락에서 환생(연화화생)하거나 '반야용선도'에서 그려지듯 아미타불이 이끄는 반야용선을 타고 간다. 이렇게 단숨에 극락으로 보내는 그림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선 이처럼 역사적인 부분을 담고 있거나, 독특한 발상으로 탄생한 작품을 '명작'이라고 말한다. 소개하는 작품 중 부산 범어사 대웅전 닫집,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등 익숙한 것도 있다. 반면 안동 봉정사 지조암 칠성전 벽화 등 낯설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이 또한 '명작'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자연도 '명작'으로 제시한다. 크게 자라지 않는 모과나무를 기둥으로 쓴 구례 화엄사 구층암 요사채는 자연 속 절집에 또 다른 자연이 들어온 모습이다.

저자는 "전통사찰은 저마다 고귀한 빛을 간직하고 있다. 사찰의 고귀한 빛은 한 그루 노거수에, 건축에, 꽃살문이나 불단 같은 목조각에, 단청장엄에, 불상과 불화 등에 두루 침잠해있다. 종교 속에 예술이 있고 예술 속에 종교가 있다. 둘은 불이(不二)의 관계로 서로를 고양하며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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