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되찾는 대구 관광 (중) 대구10味에 매료되다…혹한혹서 도시, 날씨만큼 강렬한 맛 향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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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0  |  수정 2022-12-20 07:02  |  발행일 2022-12-20 제9면
얼큰하고 깔끔한 맛 육개장

굽지 않고 쪄서 익힌 찜갈비

불맛 살려낸 '야끼우동' 매력

신선·푸짐한 무침회도 각광
1미-대구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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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침회(가로)
대구 10미(味) 중 하나인 대구육개장, 동인동찜갈비, 무침회(위쪽부터).(대구시 제공)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크고, 아프리카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무더운 '여름의 도시' 대구에는 대구만의 수많은 음식이 존재한다. 무더위를 한번에 떨쳐낼 만큼 강렬하고 맛있게 매운 음식의 대표 도시이기도 한 대구는 외식산업이 뛰어난 도시로도 유명하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과 대구에서 탄생한 각종 외식 브랜드들이 전국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대구 외식문화의 토대는 대구사람 특유의 경제적 감각으로 탄생했다. 교통과 상업의 요충지이자 강 문화를 간직한 대구의 다양한 맛을 대구 10미(味)를 통해 느껴보자.

◆시린 속 달래주는 '대구육개장'

여름에 몹시 덥고 겨울에도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혹한혹서(酷寒酷暑)'의 도시로 유명한 대구는 예부터 여름과 겨울에 육개장으로 몸보신을 했다. 각 지방의 유명한 음식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내용이 담긴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1946)에서도 대구를 육개장의 도시로 명시하고 있다. 대구육개장은 대개 '따로국밥' '대구육개장' '선지우거지해장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소고깃국이 존재하는 곳은 드물다. 특히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이 들어간 다양한 버전의 얼큰한 소고깃국을 가진 도시는 대구가 유일하다.

◆더위야, 가뿌라 '동인동찜갈비'

다양한 외식 메뉴 중 삼겹살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삼겹살의 득세는 1980년대 이후부터였다. 갈비는 훨씬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6·25전쟁 이후 최고의 외식 메뉴도 불고기와 갈비였다. 경기도 수원의 왕갈비, 포천 이동의 쪽갈비, 부산의 해운대 암소갈비, 대구의 동인동찜갈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갈빗집이 그 역사를 방증한다. 특히 대구 '동인동찜갈비'는 갈비를 굽지 않고 쪄서 익히는 조리 방식과 매콤한 맛으로 독보적인 매력을 펼치고 있다.

◆여운이 감도는 불맛 '야끼우동'

매운맛에 일가견이 있는 대구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대구식 중화요리인 빨간 '야끼우동(야키우동)'을 탄생시켰다. 야끼우동은 마냥 맵기만 한 것이 아닌 적당히 매운맛과 달착지근한 뒷맛이 어우러져 중독성 있는 감칠맛을 자랑한다. 야끼우동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불맛이다. 고운 고춧가루와 마늘을 사용한 매운 양념을 기본으로 양파, 배추, 호박, 숙주나물, 목이버섯,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등을 면과 함께 센 불에 즉석에서 볶아내 불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새로운 불고기 '복어불고기'

송나라의 유명한 시인 소동파가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복어는 대구에서 최고의 별미로 탄생했다. 새로운 불고기의 시대를 연 복어불고기는 복어의 살을 콩나물 등의 채소와 함께 매콤하게 볶아낸 음식으로, 복불고기라고도 한다. 매운맛을 즐기는 지역민의 입맛에 맞춰 새롭게 탄생한 복어불고기는 1970년대 후반 대구시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어 대구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다. 현재는 전국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 '막창구이'

대구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막창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막창은 소와 돼지 그리고 닭에서 나오는 각종 특수 부위를 선호하고 발전시켜 온 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 음식 중 하나로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수 본고장 대구대표 '누른 국수'

국수의 본고장 대구의 국수는 '누른국수'다. 칼국수의 경상도식 애칭인 누른국수는 주로 해물을 사용해 육수를 내는 남도식, 사골을 쓰는 경기도식 등 다른 지역과 달리 멸치 국물을 맛국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루어진 분식 장려 기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대구 누른국수의 인기는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구 사람들의 유별난 칼국수 사랑은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은 칼제비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별미로 재탄생한 '납작만두'

납작만두는 이름 그대로 얇은 만두피가 납작하게 포개어져 있는 모양이다. 얇은 만두피에 잘게 썬 당면과 부추로 속을 채워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 번 삶은 것을 기름에 튀기듯 지져내는 것이 포인트다. 대구 특유의 억양으로 '납짝만두' 혹은 '납딱만두'로 불리기도 하는 납작만두는 부들부들하면서도 고소한 피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장을 곁들여 먹을 때 맛이 완성된다.

◆씹고 맛보고 즐기는 '뭉티기'

뭉텅이, 뭉치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 뭉티기는 생고기를 뭉텅뭉텅 썰어내는 모습을 본떠 대구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고기의 별칭이다. 육회와 달리 양념이 가미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뭉티기는 당일 도축한 가장 신선한 상태의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도축장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맛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구에서 흔히 참기름 다대기로 불리는 양념장을 곁들이면 쫀득쫀득한 고기의 식감에 칼칼한 양념이 더해져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무침회'

삶은 오징어와 소라, 논고둥, 아나고 등을 무채, 미나리와 함께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을 넣어 즉석에서 버무려 낸 무침회는 40여 년 전 대구에서 탄생한 독특한 명물 음식이다. 신선하고 푸짐한 해산물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초고추장은 무침회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대구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맛에 새콤한 맛까지 더해진 무침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별미로 사랑받고 있다.

◆논에서 키운 별미 '논메기매운탕'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황토 논에서 자란 논메기는 일반 메기에 비해 힘이 세고 비린내가 없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통으로 끓이는 것은 맛있는 매운탕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메기 껍질에 묻어있는 진액이 소화를 돕고 매운탕에 깊은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다시마와 무로 우려낸 육수에 마늘, 고춧가루를 넉넉하게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 맛을 잊지 못하는 많은 이가 논메기매운탕의 성지인 부곡리를 찾고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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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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