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4) 커피숍 대마초·식당 마약소주, 해외여행에 도사린 '유혹의 덫'

  • 이동현
  • |
  • 입력 2022-12-29 06:58  |  수정 2022-12-29 08:15  |  발행일 2022-12-29 제6면
유학 생활 중엔 더 쉽게 노출
합법국서 복용·소지했더라도
'속인주의' 따라 국내서 처벌
"연수 프로그램 등 출국 전에
마약류 교육 의무 이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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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여행 후기에 올라온 대마가 포함된 음식을 파는 해외 식당의 메뉴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 A씨는 유럽 한 나라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던 중 파티에서 'MDMA(엑스터시)' 복용을 목격했다. 그는 파티에서 다수의 인원이 환각 증세를 보이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MDMA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환각성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해외구입이 쉽고 휴대가 간편해 젊은 층의 클럽 파티 등에 은밀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B씨는 2017년 동남아시아의 길거리에 있는 술집에서 마약류를 파는 장면을 목격했다. 마약을 파는 곳은 창고나 어느 뒷골목이라고 생각했는데, 관광객들이 버젓이 다니는 큰길에 위치한 술집의 입간판에 '매직 머쉬룸 셰이크'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에는 친구와 '버섯 셰이크라니 맛 없겠다'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것이 '환각 마약'을 뜻하는 은어라는 것을 알았다. A씨는 해외여행 중 관광객들이 쉽게 마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도 해외 마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대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젊은 층이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약류 유통 등이 금지돼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부 마약류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마약류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대마초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선 커피를 마시려면 커피숍 대신 카페로 들어가야 한다. '커피숍(Coffee shop)'이라는 간판이 걸린 상점에서는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구입하고 흡연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태국도 대마초를 합법화해 음식점에서 대마를 섞은 음식을 팔거나 대마 성분이 함유된 일명 '마약 소주'라 불리는 음료를 팔기도 한다. 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마약류가 합법인 나라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은 마약을 복용하거나 소지·매매·반입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법률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된다는 '속인주의'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은 대한민국 법률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 495만7천904명이던 21~30세 이하 국민 해외여행객 수가 최고치를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까지 1천25만6천644명으로 무려 2배 이상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객 수는 2020년 134만8천508명, 2021년 33만5천191명으로 큰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민 해외여행객 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해외여행객 수는 77만3천480명에 이르렀다.

대검찰청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는 2020년 3월 한 한국 대학생이 호주에서 엑스터시 등을 손가방에 은닉·밀반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나온다. 최근 범죄 수법으로 마약사범들은 딥 웹(deep web) 대마 전문 판매 사이트 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하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20대 마약류 사범은 최근 5년 동안 2천112명에서 5천7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20대 마약류 사범의 비율이 전체의 31.4%로 가장 높았으며, 20·30세대가 56.8%를 차지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흡연·소지·매매·운반 등은 모두 법적 처벌 대상이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은 "합법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마류는 강도가 천차만별이다. 약한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2030세대가 해외로 많이 나가고 있고, 코로나19로 잠잠했던 해외여행도 늘고 있기 때문에 마약류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대학별로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에 마약류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 가면 불법이 아닌 약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돼있어 처벌받을 수 있고, 정체불명의 약물을 접할 기회가 많으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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