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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
다사다난했던 2022년 임인년(壬寅年) 한해도 저물어 간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팬데믹보다 일찍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도 다시금 '평화의 봄'이 찾아오길 소망했다.
하지만 희망과는 달리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으며, 한반도 상황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집권 10년을 넘긴 김정은은 '자력갱생'의 길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표했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전략전술무기체계와 관련한 '5대 과업', 즉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개발의 과업들을 충실히 이행하며 올 한 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9월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를 통해 '자위적 위협 판단'에 따라 언제든 남한을 겨냥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담은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며, 핵 정책도 '핵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수세적 핵 정책'에서 '선제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공세적 핵 정책'으로 전환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며, 얼어붙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해소해 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화해와 협력'보다는 '든든한 안보'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북한은 무시를 넘어 멸시로 응대했다. 또한 축소·폐지되었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며 '한·미·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도발로 응수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는 등 '핵에는 핵으로 대응'이라는 '강 대 강' 대응 의지를 무력도발로 입증했다.
이처럼 올 한 해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상황은 그 어떤 시기보다 위태로웠다. 하지만 실망만 할 필요는 없다. 돌이켜 보면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을 맞이했던 문재인 정부도, 집권 첫해인 2017년 말까지는 북한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등 좀처럼 관계 진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역사를 통해 보면 남북관계는 늘 '위기'와 '기회'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관계 진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만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주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 예산에는 '담대한 구상'을 위한 대북 인도지원과 개발 협력을 위한 예산도 7천억원 이상 편성됐다. 이에 윤석열 정부의 새해 대북정책이 '구상'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대북정책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북한도 이번 주부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김정은은 전원회의를 통해 올 한 해 국가 주요 정책을 평가하고 내년도 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 구호로서의 '위민헌신'이 아닌 진정한 '위민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력갱생'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전원회의가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이,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이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일 수 있는 길임을 남북한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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