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개인전 '서곡' 밤하늘 별이 된 그대에게…그림으로 전하는 작별인사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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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14:40  |  수정 2022-12-27 07:18  |  발행일 2022-12-27
27일부터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박정숙 개인전 서곡  밤하늘 별이 된 그대에게…그림으로 전하는 작별인사
박정숙 '서곡H'
박정숙 개인전 서곡  밤하늘 별이 된 그대에게…그림으로 전하는 작별인사
박정숙 '시간을 넘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적잖은 지인들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그들과 보낸 내 생의 시간도 붕괴되고 함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오늘을 시작한다. 그 시작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림밖에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어 좋지 않은가.

그렇게 박정숙(73)의 개인전 '서곡(Overture)'이 시작되고 완성됐다. 서곡은 프랑스어(Ouverture)에서 유래했으며 'Opening'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7일부터 3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인간과 삶, 소멸과 생성에 관한 작가의 철학과 지혜가 스며 있다.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작가는 소멸을 가만히, 담담히 직시했다.

"우리 인간은 원래 없었던 존재잖아요. 그동안 많은 걸 누렸어요. 그러면 언젠가 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되잖아요. 하나의 점에서 시작해 하나의 점으로 돌아가는 그냥 하나의 프로그램인데 뭘 새삼스럽게. 처음 아는 일처럼 슬퍼할 일이 아니에요. 겸손하게 받아들이면 돼요."

박정숙 개인전 서곡  밤하늘 별이 된 그대에게…그림으로 전하는 작별인사
박정숙 '서곡J'
박정숙 개인전 서곡  밤하늘 별이 된 그대에게…그림으로 전하는 작별인사
박정숙 '서곡-별'


작가에게 흰 캔버스는 불변과 불멸의 무한한 우주다. 가슴이 설레는 그 무한한 우주에 점과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과 선을 이어 면을 만들고, 면과 면을 이어 형상을 만들려 노력한다.

작가는 "별의 정오, 생의 낮 12시, 태양이 표준자오선을 통과하는 그 시각, 시리도록 푸르른 절정의 한 때를 담으려 한다"고 했다.

작가의 '서곡' 시리즈 화면에 나타난 형상은 보석 같기도 하고, 꽃의 형상과도 닮아 있어 보인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명상회화라고 평을 듣기도 한다.

그 중 '서곡H'는 우주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너무 비난하거나 극한으로 몰아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작가는 "사실 이걸 잘 설명하지 않는데, 그냥 보는 사람마다 느끼면 된다"면서 "'어, 이거 이상하게 그렸네'하고 그냥 지나가도 된다"며 쿨하게 말했다.

철사에 한지를 감아 인간 군상을 구현한 작품 '시간을 넘어서'도 눈길이 간다. 철사로 만든 한 사람 한 사람의 몸빛은 각양각색이다. 작가는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몸부림으로 삶을 유지한다. 살면서 인연을 맺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선한 영향력은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온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그림에는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투영돼 있다. 그 마음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면서 "내 그림이 온유한 충만으로 가득해 보는 이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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