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상에 이런 국경…독일 철학자 칸트 무덤은 왜 러시아에 있을까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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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  수정 2022-12-30 07:47  |  발행일 2022-12-30 제14면
철책·장벽 세우거나 타일 표식

전세계 다양한 국경 모습 소개

역사·문화적인 배경도 살펴봐

이해 돕기위해 지도·사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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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의 위치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는 '바를러'는 바닥 타일에 국경선을 표기한다.(왼쪽) 6개월마다 주인이 바뀌는 '꿩섬'. 〈셔터스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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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기 지음/ 푸른길/256쪽/1만8천원

'국경'은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철책이나 장벽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화해와 공존, 나아가 공동 번영을 꿈꾸는 곳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국경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분쟁을 거치며 국가가 생겨나기도, 해체되기도 하면서 설정됐다.

세계가 점점 통합되는 오늘날, 국경의 의미와 존재는 쇠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짜 오늘날 국경은 어떤 모습일까. 자유롭게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갈 수 있는 유럽연합 국가들의 국경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처럼 거대한 장벽으로 막아 놓은 국경도 있다. 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국경의 모습처럼 명확하고 반듯한 국경도 있지만 불명확하고 비논리적인 국경도 있다.

책은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국경을 소개한다. 6개월마다 주인이 바뀌는 '꿩섬'은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국경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비다소아강에 있는 작은 무인도다. 꿩섬은 에스파냐와 프랑스 왕실 사이에 혼인이 있을 때 신부를 상대에게 처음 소개하는 장소였다. 이런 역사적 의의를 평가해 프랑스와 에스파냐 사이의 오랜 전쟁을 마무리 짓는 피레네 조약(1659년)이 꿩섬에 체결됐다. 이때 양국은 꿩섬을 양국의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중립 영토로 선언했다. 또 6개월마다 통치권을 주고받기로 정했는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관문의 위치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는 곳도 있다. '바를러'다. 바를러의 지도를 보면 국경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네덜란드 영토 안에 벨기에가 있고, 그 안에 다시 네덜란드 영토가 있다. 이러한 국경의 기원은 중세시대까지 올라간다. 공작과 백작들이 땅을 사고팔면서 주민의 국적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후 19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국경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주민의 국적에 따라 국경을 설정하다 보니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됐다. 국경선이 집을 지나가는 경우에는 현관문의 위치에 따라 국적을 정한다는 재미있는 기준도 있다.

책은 평생 독일을 떠난 적 없는 철학자 '칸트'가 왜 죽어서 러시아에 있게 됐는지도 설명한다. 칸트는 프로이센의 유서 깊은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을 떠난 적이 없다. 무덤도 이곳에 있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쾨니히스베르크를 차지했고 이름도 칼리닌그라드로 바꿨다. 소련 해체 이후 주변국은 독립했지만 이곳만은 러시아 영토로 남아 본토와 떨어진 월경지가 됐다. 이에 칸트는 죽어서조차 이곳을 떠난 적이 없지만,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러시아에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어제와 내일이 공존하는 디오메드 제도' '대륙의 경계가 된 러시아 오렌부르크의 다리' '공주가 되고 싶은 딸을 위해 세운 북수단 왕국' '호텔 객실을 가로지르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 등 특이하고 재미있는 국경의 지리적·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살펴본다.

또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지도'도 수록했다. 글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독특한 국경의 모습을 지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사진을 통해서도 생생한 국경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책을 통해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갈등이 폭발하는 곳이 되기도 하고, 화해와 공존, 나아가 공동 번영을 꿈꾸는 곳이 되기도 하는 국경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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