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전직 대통령의 새해 인사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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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2 06:45  |  수정 2023-01-02 06:53  |  발행일 2023-01-02 제34면
온통 부정적 내용 담고
올 한해도 어둡다는 文
동병상련 이재명 만나
수사 공동저항선 치기
악담을 현실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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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연하장'은 말 그대로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덕담과 그림을 담아 주고받는 간단한 편지다. 사회 원로나 집안 어른들의 연하장은 축복과 용기를 기원하는 '소망'의 글로 채운다. 그런데 올해 문재인·김정숙 전직 대통령 부부가 각계에 보낸 연하장엔 '절망'과 '원망'이 절절히 배어 있다. 앞부분에 '유난히 추운 겨울'을 강조하며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 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한다"고 썼다. 뜬금없이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하다"더니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대놓고 '악담'을 한다. 국가 최고 원로인 전직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국민에게 '덕담'을 해도 모자랄 짧은 글에서 후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하며 '암울한 한 해'를 저주하듯 예언했다. 글 뒷부분엔 마치 '소망'을 담듯이 "새해를 맞이하여 부디 '치유'와 '회복'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할 정도로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준 쪽이 있음을 암시한 표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보다 긴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문재인 연하장'의 해설판이다. "민생경제가 올해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주주의를 말살시키고 있는 검찰정권의 야당 파괴, 정치보복 폭주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런 해법도 없다." 첫 문장부터 이렇게 시작해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요약하면, 자신을 향한 검찰수사는 국정에 무능한 윤석열 정부의 '이재명 죽이기' '야당 탄압'을 위한 조작이므로 과거 군사독재 시대의 민주투사처럼 의연히 맞서겠다는 얘기다. 공감이 가기보다는 오히려 이 글에서 제1야당 대표가 처한 현실이 그대로 읽힌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범죄 혐의를 받는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새해 첫날부터 지방을 돌며 '경청투어'(여당은 '도피투어'라고 부른다)를 하고 있는 처지다.

연하장과 신년사를 통해 동병상련이 거듭 확인된 둘은 오늘 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집에서 만난다. 둘이 나눌 대화는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자격으로 낸 신년 메시지에 다 나와 있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한데, 실력 없고 극악무도한 정권 때문에 국민은 1년 내내 생고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오갈 거다. 대화에 함축된 속뜻은 '선수'끼리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통한다. 정치권의 '친문'과 '친명'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둘의 턱밑에 와 있는 검찰수사에 공동대응하자는 의미란 건 국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둘은 방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국민 편 가르기에 의한 지지층 결집임을 경험을 통해 잘 알기에 윤석열 정부 초반을 '절망'과 '원망'으로 평가했다. 이런 식의 갈라치기 전략이 올 한 해 계속 이어질 거다. 걱정되는 건 여전히 열성 지지층을 가진 전직 대통령과 거대 야당 대표의 국정 몽니 부리기가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직전 대통령의 악담을 현실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다. 이 경우 재임 기간의 부정부패 등으로 단죄받은 과거 대통령들과는 또 다른 행태로 역사의 기록에 남을 수 있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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