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격돌

  • 하재근 문화평론가
  • |
  • 입력 2023-01-06  |  수정 2023-01-06 06:48  |  발행일 2023-01-06 제22면
상상초월한 신드롬 일으킨

트로트 오디션 다시 시작돼

후속작에 높은 시청률 기록

이번에도 국민스타 나올지

성공 장담은 못해도 기대돼

[하재근의 시대공감]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격돌
문화평론가

트로트 오디션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이 같은 주에 시작돼 트로트 열기를 쌍끌이로 달구고 있다. '미스터트롯2'는 시청률 20%를, '불타는 트롯맨'은 12%를 각각 돌파했다. 지상파, 케이블 채널, 종편에 이어 OTT까지 다양한 플랫폼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정도 시청률은 놀라운 수치다. 아직 오디션 초반이기 때문에 중후반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올겨울에 트로트 오디션이 다시금 화제의 중심이 될 것 같다.

주로 젊은이들이 관심 갖던 오디션 시장에 트로트 바람을 일으킨 건 TV조선의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였다. 이 오디션이 등장하기 전까지 트로트는 한류 열풍에 밀려난 비주류 신세였다.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트로트 가수가 출연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 정도가 트로트 가수에게 남겨진 무대였다.

하지만 '미스트롯1' 이후 송가인 열풍이 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타는 '미스터트롯1'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국민 열풍을 일으켰다. 기존 스타들이 장기간 독점하다시피 했던 트로트판이 '미스터트롯1'로 천지개벽했다. 톱7을 비롯한 이 프로그램 출신자들이 순식간에 전국 행사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미스터트롯1'은 팬덤 문화도 바꿨다. 기존 팬덤 문화는 아이돌의 젊은 팬들이 선도해 왔다. 그런 팬의 힘에 의해 한류 아이돌들이 음원차트, 음반시장, 각종 차트, 시상식 등을 싹쓸이했다. 그래서 음악시장이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갔다. 일반 국민, 특히 중장년층은 잘 알지 못하는 가수와 노래들이 1위를 하고 상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음악프로그램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시청률이 급락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1' 이후 아이돌 팬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신규 팬덤이 생겨나 음악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임영웅 팬덤이다. 현재 아이돌차트 평점랭킹에서 임영웅이 92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음원차트에서도 놀라운 롱런 행진을 벌인다. 음반은 100만장을 넘겼다. 이런 음반판매 수치가 국내 구입만으로 나왔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아이돌은 해외구입이 많다. 서울 고척돔에서 단독 공연을 치렀는데 표 구입 대기자가 83만 트래픽에 이르렀다. 국내 '원톱'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드롬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 새롭게 등장한 거대한 팬덤이다. 임영웅 이외에도 '미스터트롯1' 출신 주요스타들이 모두 국내 1급 수준의 팬덤을 거느렸다. 이제 그들을 빼고 한국 가요계를 논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0년대 아이돌 댄스 음악 혁명 이후 가요계 주류에서 밀려났던 중장년층이 다시 중심에 귀환했다.

'미스터트롯1' 덕분에 우리 가요도 다변화했다. 젊은 층 취향 일변도였던 가요계 주류 트렌드에 성인음악 분위기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수혈한 것이다. 그 결과 음원차트의 곡들이 과거보다 훨씬 폭넓어졌다. 시상식 수상자나 연말 가요결산 프로그램 출연자도 다양해졌다. 아이돌이 모든 걸 휩쓰는 낯 뜨거운 풍경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인 '미스터트롯1'의 후속작이 방영되니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터트롯1'의 제작진이 독립해 만든 것이어서 이 프로그램과 '미스터트롯2'의 격돌에 더 이목이 집중된다. 과연 이번에도 새로운 국민스타, 새로운 국민신드롬이 나타날 수 있을까? 그 정도까지 대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최소한 올겨울 많은 국민에게 위로와 낙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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