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실버들의 '겨울천국' 된 철도역과 지하철역

  • 이동현
  • |
  • 입력 2023-01-11 19:13  |  수정 2023-01-12 08:25  |  발행일 2023-01-12 제2면
도시가스 공급되지 않는 노후주택 거주자와 노숙인들
난방 잘되는 곳 하루종일 머물러…간식 먹고 TV시청
등유가격 1년전보다 ℓ당 400원 이상 올라 난방비 부담
단편적 예산지원보다 취약계층 경제활동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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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난방시스템이 가동 중인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광장에 어르신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동현 기자

11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광장. 이른 아침부터 30여 명의 어르신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77)씨는 "지하상가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서 거의 매일 온다"며 "근처에 무료급식소도 있고 저렴한 식당도 여럿 있어 시간을 보내는 데는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매일 수십 명의 어르신이 지하상가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고 귀띔했다.


이날 대구도시철도 대구역 쉼터와 철도역사에도 어르신과 노숙인으로 가득했다. 대부분 자리를 잡고 앉아 간식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A(여·72)씨는 "집에 있으면 난방을 해야 하니 따뜻한 지하철역에서 하루를 거의 다 보낸다"며 "기름보일러를 떼려면 난방비가 만만찮아서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노후 주택의 경우 난방용 기름으로 등유를 사용하지만 가격이 1년 전보다 ℓ당 400원 이상 오르면서 저소득층 주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등유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으나 지난해 1월보다는 ℓ당 약 400원 이상 상승한 가격이어서 겨울철 기름보일러 등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관계부처 합동 설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등유 바우처의 가구당 평균 지원 단가를 31만원에서 64만1천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또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가구당 평균 지원 단가도 14만5천원에서 7천원 더 늘려 15만2천원으로 인상했다. 앞서 산업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공공 부문의 에너지 절감 조치 중 하나로 지난해 10월부터 공공기관 건물의 평균 난방 온도를 17℃로 제한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아동·노인복지 관련 시설, 일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은 난방 온도 제한에 예외를 뒀다.


전문가들은 바우처 확대 등 기본 대책도 중요하지만 근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나 추가적인 취약계층 수당을 인상하고 있지만 노인빈곤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해결방법은 노후 소득보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은퇴자로 간주하고, 은퇴자의 소득은 연금 등을 통해 살 수 있도록 제도가 구조화돼 있다"며 "이 같은 연금제도가 현재는 불충분하므로 공공부조를 받을 수 없는 차상위·저소득 계층에 대해 추가적으로 에너지 바우처나 노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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