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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이 쓴 '김정은과 김여정'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아닌가를 밀도있게 분석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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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요시히로 지음 한기홍 옮김/글통 328쪽/1만5천원 |
최근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북한의 리더십 주제 화상회의에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 경우 김여정으로 권력 이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 권력의 전면에 나선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인지 톱 스페어인지가 세계적인 관심이다.
이 책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아닌가'를 밀도 있게 분석한다. 저자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으로, 2007년 한국 특파원 근무 시작 때부터 북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왔다. 현장 취재를 가장 중시하는 기자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북한이 기자 개인(마키노 요시히로)의 이름을 거명하며 공격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에는 '청와대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 신랄한 비판 기사를 쓴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책에는 저자의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쓴 북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김여정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김정남 암살의 내막, 김정남과 고용희의 권력투쟁, 장성택과 고용희 세력 간의 암투가 펼쳐진다. 또 외무성 최선희라는 인물과 3층 서기실의 관계, 국가정보원과 김정남의 접촉,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내막 등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저자는 북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정은 통치 이후 어떻게 북한 권력을 이끌게 되었는지와 그녀의 정치 스타일 등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또 건강 상태가 불안한 김정은에게 있어 여동생 김여정은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해 8월10일 김여정의 13분 육성 연설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육성 연설 공개는 김여정을 '최고지도자의 스페어'로 키우고 있는 북한 당국의 속셈이 배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방송에서 이영길(리영길) 국방상 등의 토론 소개가 생략된 것을 두고 김여정의 지위가 형식적인 직함을 넘어 '사실상의 2인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조선중앙TV가 전한 청중의 반응도 독특했다고 말한다. 방송에서 다른 토론자들이 등장해 김정은의 활동을 찬양해도, 청중은 이따금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것 외에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 하지만 김여정이 나와 김정은의 고생담을 말하기 시작하자, 방송은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저자는 이러한 점도 김여정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하나의 연출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김정은이 건강상 문제가 있고 부인 이설주와는 2012년 결혼해 아이가 아직 어린 점을 들어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톱 스페어로 앞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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