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글꼴' 주인공 할머니들, 윤석열 대통령 만났다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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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  수정 2023-01-12 19:44  |  발행일 2023-01-13 제1면
칠곡할매글꼴은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도 등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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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할머니들과 김재욱(왼쪽 세번째) 칠곡군수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러 가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유을·권안자 할머니·김재욱 칠곡군수·이종희·김영분·이원순 할머니. <칠곡군 제공>

"일흔 넘어 글을 배아가(배워) 나라님 뵙는다고 며느리와 손주한테 자랑했어요. 한글 공부한 보람이 있네요."

'칠곡할매글꼴'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다섯 명의 경북 칠곡 할머니가 12일 대형 연하장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이종희(91)·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 할머니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했다. 김재욱 칠곡군수와 정희용 국회의원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보낸 새해 연하장(영남일보 1월3일자 2면 보도)은 물론 검찰총장 신분일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할 만큼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마치 어머님을 뵙는 아들처럼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다. 또 대통령실 복도에 할머니가 쓴 시와 한글 공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할머니가 작성한 '대통령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에 서명해 대통령 기록물로 영구 보전하기로 했다.

칠곡 할머니들은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 90cm, 세로 60cm 크기의 연하장을 선물했다. 할머니들은 연하장에서 "칠곡할매들 안이자뿌고(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가(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배아가(배워) 이래(이렇게) 대통령님께 글도 쓰고 참말로 잘했내요. 그자 명절에는 식구가 모이야(모여야) 되는데 나라일 단디(단단히)한다고 식구도 다 못 보고 섭섭지예? 할매도 명절에는 죽은 영감 생각에 마음이 그렇습니데이. 우짜던지 설이니까 복 만이 받고 건강도 잘 챙기시이소"라고 적었다.

할머니들은 또 대통령실 방명록에 '우리 할매들은 대통령님을 믿습니다. 나는 눈이 잘 안 보이가 글 쓰는 것이 힘들어유. 귀는 쪼메 잘 들이요(들려요). 대통령님 좋은 이야기 마이 들리게 해주세요'라고 썼다.

윤 대통령 환담에서 추유을 할머니가 직접 쓴 시 '그때가 좋았다'를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고, 김 여사는 "꾸미지 않은 생각과 꾸미지 않는 글이 그대로 있어 더 감동적"이라고 덕담했다. 추 할머니는 이 시에서 '(4남매 자녀를) 공부 실길(시킬) 때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언제나 마칠러나(마치려나)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좋았다'고 표현했다. 김 여사는 또 "할머니들의 글씨체가 너무 예뻐 이번 대통령 연하장을 받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2015년 발간한 시집과 함께 칠곡 참외칩, 꿀을 선사하자 윤 대통령 부부는 즉석에서 맛을 보기도 했다.

한편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천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완성됐다.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관광명소인 경주 황리단길과 관공서 현수막으로 내걸리고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도 사용되고 있다.
김 군수는 "일제 강점기와 가난으로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의 할머니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문화관광 소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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