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우의 나의 기타이야기]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과 가슴 따뜻해지는 노랫말

  • 김혜우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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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08:03  |  수정 2023-01-13 08:22  |  발행일 2023-01-13 제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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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우 싱어송라이터

새해의 첫 일출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근래 몇 년 동안 모두가 힘들었을 때도 나에게는 음악과 기타가 있어서 정서적으로 피폐해지는 일은 없었기에 첫 일출이라고 해서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단지 올 한 해 가족이 건강하기만을 기원하고 싶었다.

집 부근에 있는 낮은 산이어서 방한 차림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나는 엄습하는 냉기에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갈등을 겪으며 잠시 멈춰 있을 때 나를 지나쳐서 올라가는 노부부의 허리춤에 찬 워크맨은 초고속 템포의 트로트 메들리를 숨이 가쁘도록 쏟아내며 새해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 가성비 좋은 중고 기타를 구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중고거래 앱에 올려진 기타를 구매한 뒤 전체를 튜닝하고 레몬 오일로 마무리를 해줬더니 처음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타 튜닝은 또 다른 지인과 제자의 기타로까지 이어졌다. 어쨌든 지난해는 튜닝이 되지 않은 악기가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보람을 느꼈던 한 해였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낮은 곳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 뒤 산에서 내려와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산자락의 고즈넉한 풍경을 둘러보다가 문득 노래 하나를 떠올렸다. 반세기 전에 발표된 한대수의 '하룻밤'이었다. 가사의 내용 중에 '오르는 새 하늘 날으는 흰 구름 긴 숨을 한 번 또 쉬자, 비치는 새 태양 참새의 첫울음 이 모든 것은 나의 새 세상, 뛰어라 염소야 새날을 맞으러, 첫 발자국 듣기 전에'라는 대목이 있다.

이 노래를 떠올렸던 것은 가슴 따듯해지는 정경과 함께 새로운 날의 시작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내가 맞이한 새해 첫날 아침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음반은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곡마다 다양한 절망과 희망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음반에 실린 '하루아침'의 가사에서는 '하루아침 눈을 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열한 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라며 소주를 마신다는 것을 열 몇 잔까지 반복하고 있다.

해가 이미 중천에 뜬 대낮에 일어나서 또 무슨 술타령을 하고 앉았단 말인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 사회의 단면과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절망적인 심정으로 가사를 풀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와 관계없이 늘 당면한 삶 앞에 놓여있는 우리에게 주는 노랫말의 의미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느낌을 악곡으로 표현하는 음악의 여러 형식 중 구체적인 표현의 도구인 언어가 사용된 노래는 다른 여러 음악의 형식들에 비해 의도가 분명하고 직관적이다. 따라서 노랫말은 상상과 추론을 통해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시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해 첫날의 밝은 햇살이 내려앉기 시작한 공원을 떠나면서 올해는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이 투영된 노랫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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