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미인도' 속 인물은 노란빛이 도는 하얀 피부톤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에 백분을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간송미술관 소장>
예로부터 우리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효 사상 아래, 우리의 몸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신체를 정갈하게 가꾸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의 부모님과 선조들은 어떻게 자신을 꾸미고 단장했을까.
고조선 단군신화에는 건강한 피부와 미백에 좋은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조상들이 백색의 피부를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시대에는 남녀 모두 단장을 즐겼으며, 깨끗한 의복은 물론 신분과 직업, 상황에 따라 치장을 달리했다. 평안도 수산리 고분벽화의 귀부인상에서는 머리에 관을 쓰고, 아치형의 둥근 눈썹과 붉은 입술 화장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쌍영총 고분벽화 속 여인상에서는 볼과 입술을 붉게 화장한 모습이 나타나, 이미 피부 화장과 색조 화장이 모두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백제시대의 화장은 고도로 발달해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기록이 있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에 그 내용이 나와 있다. 안악 3호분 벽화를 보면 백제 여인은 머리에 관을 쓰고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당시의 화장법은 '시분무주(施紛無主)'라 하여 분을 엷게 바르고, 눈썹화장과 연지를 하지 않은 수수한 형태가 특징이었다.
신라시대에는 '아름다운 육체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는 영육일치(靈育一致)의 사상을 바탕으로, 남녀 모두 청결한 몸과 단정한 옷차림을 추구했다. '삼국사기'에는 김유신의 누이 문희가 엷은 화장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문무왕 때에는 중국 여인들의 짙은 색조 화장이 유입되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동백이나 아주까리 기름을 짜서 머리에 윤기를 내고, 백분으로 하얀 피부를 표현했으며, 이마와 뺨, 입술에는 연지를 발랐다. 백합과의 풀인 산단(山丹)의 붉은 수술을 원료로 색분을 만들어 물에 개어 펴 바르는 등 분 제조 기술도 발달했다. 눈썹은 나무를 태운 숯으로 그렸고, 왕족과 귀족들은 행사나 의례 때 금으로 만든 관·귀고리·팔찌·허리띠 등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했다. 또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사찰 행사일에는 몸을 깨끗이 하고 단정히 단장했으며, 녹두·팥·쌀겨 등을 갈아 만든 가루비누를 사용했다.
고려시대에는 짙은 화장과 옅은 화장이 공존했다. 기녀들은 분을 두껍게 바르고, 눈썹을 강하고 선명하게 그렸으며, 입술을 붉게 표현하는 '분대화장'을 했다. 반면 어염집 부인들은 옅은 화장을 선호했다. 하연부인상의 복식에서는 격식을 갖춘 단정한 머리 모양과 장신구가 신분의 높음을 보여준다. 얼굴 화장은 가늘고 긴 눈썹, 연하게 바른 분이 특징이었다. 나무 재를 기름에 개어 눈썹을 그리고, 손과 얼굴에는 피부를 부드럽고 하얗게 하는 연고 형태의 '면약'을 발랐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외적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해, 여성들의 화장도 이원화됐다. 일반 여성과 양반가 여성은 하얀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백분을 바르는 옅은 화장, 즉 '담장(淡粧)'을 했다. 반면 남성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었던 기녀들은 백분을 두껍게 바르고, 입술을 붉게 표현한 짙은 색조 화장을 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와 송수거사의 '미인도' 속 인물들은 노란빛이 도는 하얀 피부톤을 보여주며, 백분을 많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눈썹은 잿빛의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이나 버들가지 모양으로 그렸고, 입술은 붉은 앵두빛의 작은 입술 형태로 표현했다. 말린 홍화가루를 조제해 입술에 발랐으며, 이는 하얀 피부 위에 붉은 입술을 강조한 '원 포인트 화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옛 선조들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가꾸는 자세로 단장과 치장을 중시해왔다. 이러한 미의식이 오늘날 K-뷰티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이끌어 가는 데 마중물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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