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김경인-여름의 할 일

  • 송재학 시인
  • |
  • 입력 2023-01-16 06:50  |  수정 2023-01-16 06:56  |  발행일 2023-01-16 제25면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느린 속도로 열리는 울음 한 송이

둥글고 오목한 돌의 표정을 한 천사가

뒹굴다 발에 채고

이제 빛을 거두어

땅 아래로 하나둘 걸어 들어가니

그늘은 둘이 울기 좋은 곳

고통을 축복하기에 좋은 곳

김경인-여름의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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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시인)

그늘은 오래전부터 시인들에게 매혹의 소재였다. 서정과 사유의 주름을 모두 가진 질료이다.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 모르는 사람과 그늘이 번갈아 읽는 이의 가슴에 들어와 서늘하게 자리 잡는다. 그늘은 천사가 행사한 일이라는 구절 때문에 나의 그늘을 생각하는 사이에 그늘은 내면성을 획득한다. 천사가 빛을 거두어 생성된 그늘의 캐릭터는 상처를 입은 자와 상처를 위로하는 자의 공유 면적이면서, 고통이 왜 필요한가라는 지점이 머무는 곳이다. 상처와 고통이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운명을 생각한다면 그늘은 생을 위한 시공간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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