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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920년 1월20일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태어났다. 펠리니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네 번이나 오스카상을 받아 그 분야 세계 기록을 남겼다. 오스카상은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수상한 '국제 장편 영화상'이다.
펠리니의 작품에는 '길' '달콤한 인생' '8과 1/2' '펠리니 사티리콘' 등이 명작으로 손꼽힌다. 1969년 개봉작 '펠리니 사티리콘'은 펠리니가 감독한 사티리콘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 '사티리콘'이다. 네로 황제 시대를 살았던 페트로니우스가 썼다. 약 1천900년이나 지나 소설에서 영화로 갈래가 바뀌었으니 그 자체가 '역사'이다.
페트로니우스는 '사티리콘'으로 로마제국을 풍자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20권이나 되는 대작으로 전해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세 권 분량에 불과하다.
소설 '사티리콘'은 로마 사회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부분 멸실된 것이 미풍양속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겨질 만큼 내용은 저급하다. 그 탓에 긴 세월 동안 '읽을 가치 전무 작품'으로 치부되어 묻혀 왔다.
소설 '사티리콘'과 일면 유사한 사례로 많이 거론되는 작품이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다. 프랑스 검찰은 1857년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을 발표하자 즉각 그를 기소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플로베르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보바리 부인'을 탐독했다. 결과적으로 플로베르에게 명성과 돈이 안겨졌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금전을 거두는 일은 자본의 영역인데 엉뚱하게도 '정치' 검찰이 그 몫을 대신했던 셈이다.
'보바리 부인'의 본질은 비판정신에 있다.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데에 작가의 집필 동기가 있었다는 말이다. 플로베르는 사실주의와 풍자를 수단으로 활용했고, 출중한 표현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소설을 세계 명작 반열에 올렸다.
'보바리 부인'이 증언해 주듯이 훌륭한 문학작품은 등장인물의 도덕 수준과 관계없이 작가의 목적에 부응하는 성과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그와 같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작품도 많다. 그런 글들은 외설이거나 환경파괴일 뿐이다.
연말과 연초는 책이 쏟아져 나오는 철이다. 마무리 또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라서 그럴 터이다. 독자는 단순 취미나 언어유희가 아니라 인류발전에 도움이 되는 예술 등급의 글을 골라서 읽어야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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