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삼성 오승환, 연봉 총액 1억원 인상…성적 좋으면 최대 '17억'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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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9 15:55  |  수정 2023-01-19 15:59  |  발행일 2023-01-20 제18면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백의종군'을 각오한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다시 한번 믿음을 보냈다.

오승환은 최근 구단 측에 연봉을 백지 위임했다. 지난 시즌 팀과 자신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일부 나눠서 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뜻을 전한 오승환은 지난 10일 개인 훈련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한 끝에 새 시즌 연봉을 14억 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 16억 원보다 2억 원 적은 액수다. 대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옵션을 3억 원 배정했다. 오승환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낸다면 최대 17억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올 시즌은 특히 샐러리캡으로 인해 구단들의 고민이 깊다. 팀 연봉 배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오승환의 연봉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과의 계약 협상에 숨통이 트인다. 삼성 측은 실력뿐 아니라 팀 내 오승환이 가진 입지와 선한 영향력, 상징성 등을 두루 살펴보고 지금의 연봉 안을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삼성이 오승환보다 나은 대체 자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백지위임 안을 받아들고도 실질적인 인상안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57경기에 나서서 6승 2패 3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불혹의 나이로 뛰어난 성적을 챙긴 그이지만, 시즌 중반 한때 심각한 부진으로 팀 연패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커리어 내내 몇 되지 않던 블론 세이브를 7월에만 4개 허용하는 등 7번의 세이브 상황을 날렸다. 그러면서 삼성은 구단 역대 최다인 13연패 수렁에 빠졌고, 순위는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부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발목 통증이 가시질 않아서 체중 이동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구위가 떨어진 탓에 장타 허용률이 높아졌고, 급기야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 보직을 내려놓고, 중간 계투로서 역할을 맡았다.

차츰 본 모습을 되찾아 간 오승환은 성적도 눈에 띄게 회복했다. 8월엔 10경기 3승 5세이브를 챙겼는데, 특히 10이닝 동안 삼진을 11개 챙기는 등 다시 공에 힘이 살아났다. 이후 시즌 말미까지 오승환은 '그다운' 면모를 지켰다.

팀 내 공헌도도 여전히 최고로 높다.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수치가 1.69로 팀 불펜 투수 가운데 1위이고, 숫자를 제외하더라도 9회를 맡길 강심장이 없기에 팀 사정이나 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오승환의 존재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오승환은 과거 돌 같던 직구를 잃은 것이 맞고, 팬들은 이제 언제든 세이브 상황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오승환의 등판을 지켜보게 됐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일본에서 고군분투 중인 오승환이 FA와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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