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리더 리스크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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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3 21:31  |  수정 2023-01-24 09:15  |  발행일 2023-01-25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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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인간과 유사한 원숭이 행태를 보여주는 실험들이 여럿 있다. 그 중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이 꽤 흥미롭다. 실험결과를 축약하면 이렇다. 붉은털원숭이 수컷들이 체리주스 마시기를 포기할 정도로 보고파 하는 게 있었다. 암컷 뒷모습과 그들 우두머리 사진이다. 원숭이 수컷이 암컷의 성적 이미지에 매료되는 건 그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두머리 모습은 왜· 안타깝게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당사자(원숭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추론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우두머리에 대한 관찰은 진화의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속성’이라고 결론 내렸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뭔가 미흡하다. 원숭이는 보기보다 정치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행위는 권력에 대한 경외와 욕망의 표현 아닐까.

원숭이 우두머리의 존엄은 무엇을 뜻하는가. 원숭이들이 저 정도라면, 호모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정치적 인간)의 DNA에는 더 강한 리더숭배 본능이 각인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지도자가 손쉽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한 지도자보다 악한 독재자의 파괴적 영향력이 세다는 사실이다. 굳이 히틀러 같은 과거의 미치광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금 푸틴의 광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가. 그리고 푸틴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세계 도처에 지도자 리스크가 상존한다. 야욕과 망상에 젖어있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가.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여야 리더들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치 리스크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야권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당 대표라지만 이재명 개인의 범죄혐의를 감싸고도는 민주당의 행태가 보기 딱하다. 특히 ‘방탄의원단’을 자처하는 친명계의 결기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검찰이 없는 죄명을 만들어 야당탄압을 한다고 주장한다. 궁금해진다. 머지않아 명백한 증거와 함께 가려져 있던 죄명이 드러나면 그땐 또 뭐라 할런지. 범죄유무와는 별도로 그가 정치리더로서 도의적 책임감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을 주군처럼 모셨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돼도 아무런 말이 없다. 측근들의 개인 비리라서 본인은 몰랐단다. 미국의 전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명언이 생각난다. “리더십이란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고, 잘된 것에 대한 공로는 부하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재명리더십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여권이라고 해서 사정이 그리 낫지는 않다. 윤석열리스크도 만만찮다. 준비 안 된 대통령의 한계가 너무 큰 탓일까. 국민 신뢰도가 낮아도 너무 낮다. 임기 초부터 지지율이 30%대를 넘지 못한다. 왜 그런지는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유들이다. 정책과 인사 난맥, 실언 등 표면에 드러난 문제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검사스러움에서 벗어나 국가 지도자에 걸맞는 리더십과 소양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 스스로의 성찰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공자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나.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가슴에 늘 새겨야할 가르침이다.

 

허석윤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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