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꿈은 인간만의 특권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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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7 07:32  |  수정 2023-01-27 07:42  |  발행일 2023-01-2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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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1832년 1월27일 루이스 캐럴이 태어났다. 캐럴은 "전 세계인이 읽었다"고 말해도 무방할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영국 작가이다.

앨리스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 그때 양복 차림에 시계를 찬 하얀 토끼가 뛰어간다. 앨리스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데, 토끼는 땅속으로 난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간다. 호기심이 작동한 앨리스도 따라 들어간다.

낯선 방에서 앨리스는 물을 마신다. 갑자기 몸이 작아진다. 그와 반대로, 건포도를 먹으니 문득 몸이 커진다. 천진난만한 앨리스가 당황해서 울음을 터뜨린다.

앨리스의 하염없는 눈물은 땅 위로까지 솟아올라 운동장을 수영장으로 만든다. 이때 다시 토끼가 나타나 장갑과 부채를 주고 간다. 앨리스가 부채질을 하니 몸이 다시 작아져서 땅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앨리스의 눈물 수영장 탓에 앨리스는 물론 다른 동물들도 모두 물에 흠뻑 젖어 있다. 그들은 1차적으로 털어서 옷의 물기를 줄인 후 몸을 말리기 위해 달리기에 돌입한다. 1등을 한 동물에게는 사탕이 상품으로 걸렸다.

그런데 둥그런 원을 뛴 까닭에 최종 우승자를 가릴 수 없다. 앨리스가 묻는다. "누가 1등이야?" 동물들이 일제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우리 모두가 1등이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서사는 계속 이어진다. 앨리스가 빨간 장미 대신 하얀 장미를 심은 정원사들을 처벌하려는 하트 여왕과 대립한다. 앨리스는 그런 일로 사람을 감옥에 넣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다가 하트 여왕의 카드 경비대에게 공격을 받아 궁지에 몰린다. 앨리스의 얼굴을 향해 카드들이 날아온다.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내젓는데 카드가 아니라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앨리스는 나무 아래에서 잠들었다가 꿈을 꾼 것이다. 꿈에서는 모두가 1등이고, 어이없는 죄목으로 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꿈같은 세상"이라고 한다. 과연 꿈같은 세상은 인간에게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장자는 나비 꿈을 꾼 뒤 헷갈렸다. 나비가 지금 사람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비가 사람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꿈은 만물의 영장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므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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