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기획] 미증유의 G0(제로) 시대 -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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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6 15:59  |  수정 2023-01-27 07:26  |  발행일 2023-01-26
2023년 세계 시장 접근, 업종별·지역별 전략 수립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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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2023 세계 경제 전망. 강준영 교수 제공.
지난해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는 지난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지구촌 곳곳에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대두한 강대국 중심의 각자도생의 양태는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대외 개방형 경제인 한국이 세계 시장 접근법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이유다.

이에 영남일보는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10회에 걸쳐 달라진 세계 질서를 진단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고민해 봤다.

강준영 HK+국가전략사업단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반드시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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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
◆국제경기, 비관적 전망 압도적
탈세계화(Deglobalizaion) 현상에 따른 국제분업체계와 공급망 혼란으로 상징되는 지구촌 경제의 파편화와 불확실성의 뉴노멀(New Normal)화. 바로 2023년 세계 경제의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비록 선진국의 민간 재무 여건이 양호하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Reopening) 기대 등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에너지난과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산업생산이나 건설투자 등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란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이다.

국제경기 예측기관의 전망 역시 이를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작년의 3.2%보다 낮은 2.7%로 전망했고, 세계은행도 인플레이션 악화 시 0.5%~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를 전망하면서 유럽 에너지난이 심화되면 1.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비관적이다.

◆다중 위기에 직면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미·중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난,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자국 보호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Feb)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는 장기간 불안정 상황이 고착되는 영구적 위기(Permacrisis)와 복합위기에 상시 노출되는 다중 위기(Polycrisis)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속화되고 있는 탈세계화
이는 세계화의 또 다른 변형인 탈세계화를 추동하고 있다. 첫 번째 세계화는 1차 대전으로 막을 내렸고, 2차 대전 후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2차 세계화는 1970-80년대의 두 차례 에너지 위기로 인한 경제 쇠퇴와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다시 와해 되었다.

3차 세계화는 냉전 체제의 와해와 미국의 주도와 중국의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진행됐다. 반세계화 사조도 있었지만, 지구촌은 인터넷 등 정보의 발달과 디지털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국제분업 체계에 따른 공급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은 미국을 긴장시켰고, 결국 진영론을 앞세운 탈세계화로 변질됐다.

◆세계 경제,강대국 중심의 각자도생
현재 국제사회와 국제 경제는 공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세계 3대 경제 축인 미국과 유로 시장 경기가 0%대나 그 이하 성장이 예상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의 성장률도 예전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국 경제는 자연스럽게 효율보다는 경제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당연히 경제발전과 협력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 자금 경색으로 인한 신산업 개척 지연 등도 국제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결국 각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며 이 역시 강대 경제 체제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국제경제의 연쇄적 쇠퇴 가능성↑
이 상황은 국제 경제의 '연쇄적 쇠퇴'(rolling recession)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한 국가의 침체가 끝나면 다른 국가가 침체를 맞는 상황이 반복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은행의 보고서는 미국과 유로 존의 침체가 중국 등 많은 신흥시장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의 입장은 더욱 어렵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과 관련해 한·미 동맹의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교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올해의 지역별 세계 경제전망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0.5%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국 보호주의 기치를 확실하게 반영한 '반도체 과학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한국의 핵심 주력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 효과로 4.3%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진작과 '과학 기술주의'를 내세우면서 한국의 대미 경사(傾斜)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CHIP4) 참여나, 인도·태평양 공급망협의(IPEF) 참여를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 '美·中'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작년 한국 무역은 472억 달러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국제에너지난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부진이 뼈 아팠다. 사이클 경기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전년 동기대비 29.5% 감소했지만, 석유제품은 26.9% 승용차는 51.7%, 무선통신 기기는 43.5%가 증가했다.

산업 경쟁력 고도화와 지역 다변화가 병행되면 일정 효과 유지가 가능한 가운데 디지털 전환 추진, 한류 관련 시장, 스마트 시티 등 한국 강점 분야에서 협력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 하락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대외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기 침체 방어' 정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수출 입국이 핵심인 한국 경제의 미래에 미국과 중국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도전과 위기의 병존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공급망 변화는 세계화를 통해 성장해온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중요한 것은 지역별 접근 전략이다. 수출 시장 개척과 경기 하강에 대응해 지역별·업종별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강점을 극대화해 어떻게 지역별로 접근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올해 4.7%대의 경제발전이 예상되며, 남아시아의 경우 인도 시장의 대두로 5.5% 성장이 예상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는 한국의 수출 증대 등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럽이나 중앙아시아는 0.1%대, 중남미 지역도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대적으로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는 3.5%,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도 3.6% 성장이 예상된다.

지역에 따라 추가 긴축이나 지정학적 갈등 요소 및 환경 재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각국이 코로나 팬데믹 3년의 위기를 뚫고 경기 진작을 꾀하는 만큼 분명한 맞춤 전략이 요구된다.

◆'신(新) 중동 붐' 조성해야
코트라의 2023 세계 시장 진출 전략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공급망 확대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을 이용해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EU의 경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수소 산업 등의 역내 생산역량 확충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전기차나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 분야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기술 자립을 통한 자국 공급망 안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특정 분야의 기술 협력 기회가 있다. 일본 기업의 복수 공급선 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 중동이 펼치는 에너지 다변화에 발맞춰 수소,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선점해 '신(新) 중동 붐' 조성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세분화 전략 수립해야
이와 더불어 국제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산업간 무역도 중요하지만 경쟁 속에서도 상호보완성을 중시하는 산업 내 무역도 중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자원시장 확보에 대한 종합적 대책도 필요하다.

탈세계화는 반세계화가 아니므로 정치적 이유로 경제적 이익을 간과할 필요는 없다. 주력산업은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별 세분화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글로벌 중추 국가'에 맞는 국제적 감각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조응하는 업종별·지역별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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