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행복한 왕자

  • 천미정 새마을문고 북구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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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7 07:34  |  수정 2023-01-27 07:43  |  발행일 2023-01-27 제18면

천미정
천미정 새마을문고 북구지회 이사·엉겅퀴아트마켓 대표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왕자 동화책을 읽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고, 그저 아이들에게 한 번쯤 읽어주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던져두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움직일 수 없는 시선과 날아다니는 시선이 만나 세상 속에 온정을 전하며 기쁨과 희망, 사랑을 찾아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 나오는 행복한 왕자가 제비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하는 말이 있다.

"사랑스러운 작은 제비야, 믿기 어려울 만큼 신비로운 이야기구나.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가는 이야기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란다. 비참함 속에 진정한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거든. 작은 제비야, 나의 도시를 날아다니며 살펴보고 무엇을 봤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겠니?"

따뜻한 마음을 가진 왕자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던 여린 마음을 가진 제비는 친구와 가족을 따라 고향으로 떠나야 할 시기도 놓치며,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왕자의 부탁은 그 이후도 계속되었고 제비는 스스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왕자를 홀로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행복한 왕자에서 '비참함 속에 진정한 신비로움'이라는 말은 언제나 가난함 속에서 희망이 나오고, 꿈도 사랑도 모든 것은 고통 속에서 인내하며 승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욕심 앞에서는 계급도 체면도 없는 지금의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이기주의로 살아간다. 조금만 둘러보면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웃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현관문을 닫아버리면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르는 세상이지 않은가. 고통받는 이웃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의 손길을 나누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행복한 왕자 동상을 보면서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보석으로 된 눈과 금으로 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왕자의 시선은 굶어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와 학생들 그리고 아기에게 머물고 있다. '행복한 왕자'라는 의미는 자신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왕자를 볼 때 그리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미정 〈새마을문고 북구지회 이사·엉겅퀴아트마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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