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선후배·지역사회 동행 시스템 구축해 대학 강점 강화하겠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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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0 07:31  |  수정 2023-01-30 07:35  |  발행일 2023-01-30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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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많은 교수와 직원들이 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와서 부담도 있지만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제공>

성한기 신임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대구가톨릭대 역사상 학내 교수 출신 첫 총장으로, 학내외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신부 총장, 외부 인사 총장이 학교를 이끌었지만 성 총장이 교내 교수 출신 총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파격적인 결정을 한 학교법인 이사회의 메시지는 아마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학교를 잘 아는 사람이 위기 돌파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성한기 총장은 경북고, 성균관대 학사(산업심리학과), 석사·박사(심리학과) 출신으로 1990년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33년간 입학처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부총장 등 학내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학교의 역사부터 교직원 그리고 학교 현안들을 비교적 잘 알고 있고,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그런 만큼 역대 어느 총장보다 학내 구성원들의 기대도 크다. 성 총장은 원만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좋아 학내 소통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성 총장은 "많은 교수와 직원이 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와서 부담도 있지만 용기가 생긴다.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먼 길을 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첫 학내 교수 출신 총장으로서 소감은.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이 큰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총장직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학내 교수 출신 첫 총장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 점도 부담감을 가중하고 있다. 우리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은다면 험한 파도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힘차게 노를 저어가겠다."

▶대학을 둘러싼 여건이 너무 안 좋다. 다행히 대구가톨릭대는 지난 몇 년간 혁신적인 노력을 해왔다. 현재 학교 상황은 어떤가.

"지금은 진짜 위기가 왔다. 우리 대학만의 사정은 아니지만 위기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비상 상황이다.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었고, 학생 미충원이 발생하면서 우리 대학을 포함한 지방대학의 재정 상황은 한계에 이르렀다. 수입이 줄었으니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 선별적으로 교육혁신이나 연구지원에 재투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 통과되고 대학의 수익사업 규제 완화가 예고되는 등 정부 지원이 가시화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신입생 모집 대책수립에 총력
구조조정으로 학과경쟁력 제고
진로교육·취업능력 향상 역점
취업→입시성과 선순환 형성

대학정책 변화 따른 대응전략
강당 등 인프라 지역민과 공유
지하철 1호선 하양에 연장되면
지자체와 협력 활성화 기대도



▶대구가톨릭대는 지역 대학에서도 남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톨릭대의 매력, 지역사회에서의 가치(위상)는.

"대구가톨릭대는 1914년에 개교한, 우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 덕분에 지역민들은 우리 대학에 대해 고유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50대 이상의 분들은 '효대'라고 기억하면서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지역민이 지니는 가톨릭 종교에 대한 이미지와 대구가톨릭대학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오버랩된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 대학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해 왔다. 대구가톨릭대는 지식 교육을 넘어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바른 인성을 가꾸는 데 큰 가치를 두어 학생들이 참된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곳곳에서 우리 대학 졸업생들이 인성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인성이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 대학의 정도(正道)를 가는 교육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강한데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좀 답답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만큼 리더십 발휘가 중요하다. 워낙 친화력이 좋으셔서 구성원과 소통은 문제가 없을 거 같다.

"저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합의를 도출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결국 대학을 바른길로 이끌고 멀리 갈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제가 보직을 수행할 때 열심히 소통했다고 자부하며, 학·처장님들에게도 구성원들과 소통을 잘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취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이다.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통에 역점을 두고,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 소통과 화합, 즉 '소화가 잘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소통의 시간이 단축될 수도 있을 것인데, 사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지만 위기 극복과 학교 발전을 위한 장·단기 구상이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신입생 모집을 위한 대책 수립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현안이다. 대구가톨릭대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다. 먼저, 우리 대학의 강점을 한층 강화하고 확실하게 차별화하겠다. 우리 대학은 2010년부터 8년간 지역 최초이자 최장기간 교육부로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지정되어 재정지원을 받는 등 학생 교육에 강점이 있다. 잘 가르친다는 것은 좋은 강의뿐 아니라 상담, 진로지도, 인성교육, 비교과활동 등 학생들을 다면적으로 보살핀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이 우리 대학의 교수들은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다른 대학보다 더 활발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저는 이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 사제동행에 이어 선후배동행, 지역사회동행을 포함하는 '동행'시스템을 구축해 정성을 다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겠다."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학과경쟁력을 더 높이도록 하겠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본부와 학과 간의 긴밀한 소통으로 원만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반려동물보건학과,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등 신설하거나 변신한 학과들이 성공적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2023학년도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역점을 두고자 하는 사항은 진로교육과 취업능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 취업지원팀을 진로취업처로 확대 개편했다. 우리 대학의 취업률은 지역의 대형대학 중 최근 10년간 1년을 제외하고 계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능력을 개발해 적성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하겠다. 취업 성과가 입시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

▶장기 비전은.

"대학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 데다 교육환경의 변화 속도도 빨라져서 장기 비전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근본적인 장기 비전은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일 수도 있지만 도약하는 것은 어렵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 임기 동안 위상 제고 디딤돌 몇 개를 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교육부 권한 지자체 이양, 대학평가제도 개선 등 정부의 대학정책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른 대응전략도 중요해 보인다.

"정부에서 지방대학의 위기를 인식하고 대학평가 등에서 기준 또는 규제 완화 시그널을 제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교육부의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정책도 지역대학과 지역사회는 운명공동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은 이미 경북도, 대구시, 경산시 등과 여러 가지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해나가겠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도서관이나 강당과 같은 대학의 인프라를 지역민과 공유하고, 지역사회와 기업에 기여하는 연구과제나 사업계획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겠다. 특히 내년에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선이 개통하면 우리 대학이 위치한 하양지역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대학촌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를 계기로 청년창업이나 지역문화 창달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와 본교의 협력이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대학구성원이나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우리 대학 구성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학령인구감소,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등 대내외 교육환경의 급변으로 초래한 수많은 어려움을 묵묵히 감내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험난한 여정은 계속되지만 전 구성원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힘을 모은다면 역경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대구가톨릭대는 지역사회가 원하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이 지닌 인적 물적 자원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봉사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에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드린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이력

△경북고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문학석사) △성균관대 문학박사(심리학과) △1990년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대구가톨릭대 학생처 부처장 △University of Pittsburgh 객원교수 △Simon Fraser University 객원교수 △한국사회 및 성격심리학회 학회장 △대구가톨릭대 입학처장, 학생상담센터 센터장, 교무처장 △한국심리학회 발전기획위원회 위원장 △대구가톨릭대 교학부총장, 대학원장, 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현재) △대구지방경찰청 범죄피해평가감수위원회 위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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