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 초대 예능 보유자인 (왼쪽)이기릉 선생과 그의 제자인 박선애 선생. <영제시조보존회 제공> |
96세가 된 제자가 96세에 세상을 떠난 스승을 기리는 무대를 마련했다. 오는 4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리는 '일관 이기릉 선생 추모 헌정 공연'이다.
이번 무대는 올해 96세인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嶺制時調) 예능 보유자인 청아 박선애 선생이 스승인 일관 이기릉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공연이다. 영제시조는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시조창으로, 씩씩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시조창은 시조시(우리나라 고유 정형시)를 가사로 하여 노래 부르는 것을 말한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기릉(1901~1996)은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 초대 보유자로, 1950년 한국정악원 김영도 원장으로부터 영제시조를 전수받았다. 이후 1968년 대구에 영남정악원을 설립해 영제시조의 맥을 이어오며 후학을 양성했다. 1974년에는 <사>국민정신계발원을 설립해 영제시조를 보급했으며, 1990년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는 박선애 선생은 1968~1996년 이기릉 선생을 사사했으며, 영제시조 전수 장학생을 거쳐 현재까지 영제시조 전수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이기릉 선생 별세 후 1997년 영제시조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이날 공연은 추모제를 시작으로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자네집 술 익거든''바람은 지동(地動)치듯''천하무정(天下無情)하고' 등의 시조를 박선애 선생이 선보이고, 임규완·김영옥·허화열 등 영제시조 이수자들의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5호 가곡 보유자 우장희의 여창가곡 계면조 계락 '청산도', 현음회의 세악합주 '천년만세'도 준비되어 있다.
박선애 선생은 "영제시조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평생을 다 바친 선생님의 뜻을 제가 선생님의 뒤를 잇는 문화재가 되어 지금까지 받들고 있다. 선생님은 96세로 유명을 달리하셨고 제 나이도 어느덧 96세가 되었다. 이러한 인연을 기념하고 추모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