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천태만상] 난방비 폭탄에 저렴한 연탄보일러 '재조명'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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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2  |  수정 2023-02-06 18:16  |  발행일 2023-02-02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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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북성로의 한 보일러 판매점에 연탄보일러들이 판매를 위해 진열돼 있다. 이동현 기자

"난방비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른다고 해서 연탄보일러 설치 문의가 크게 늘었어요." 대구의 한 보일러 업체 관계자 말이다.

최근 충격적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 본 시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에너지 절약 방법을 찾기도 하고, 실제 난방 시간을 줄이며 허리끈을 죄어 매고 있다. 꺾일 줄 모르고 오르는 난방비 부담에 도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연탄보일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연탄보일러는 연탄을 화구당 1~3개 넣어 난방용으로 사용되며, 도시가스 설치가 힘든 외지나 시골에서 주로 쓰인다. 대구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보일러를 사용할 경우 한 달에 100~150장 정도를 사용하며 연탄값은 약 15만원 정도다. 50만원 이상이 필요한 등유보일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에너지 취약 가구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시가스와 등유보일러가 보편화돼 도심에서 연탄보일러 설치 가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지난해 말 대구시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97%에 달한다.

가격이 인상된 지난해 10월 이후 대구지역 도시가스 요금은 전국 7개 특별·광역시 중 3번째였다. 대구지역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성에너지에 따르면 대구의 주택 개별난방용 소비자요금은 20.6547원으로 가정에서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개별난방 월평균사용량 2천MJ을 곱하면 약 4만1천300원이다. 난방용 가스요금이 제일 비싼 대전은 4만2천784원이며 광주는 4만1천432원으로 대구보다 높았다. 대성에너지는 가정용 도시가스 원료 요금은 36.4% 인상됐으며, 실질 부담은 50%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등유 가격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36%나 올랐다. 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실내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495.25원으로, 전년 같은 달 1천98.10원/ℓ 대비 36%나 상승했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1천650.32원보다 조금 내렸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의 겨울나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이 고지된 지난 중순 이후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해보다 더 적게 썼는데 난방비가 더 나온다", "난방비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라서 충격적이다" 등 시민들의 우려의 글들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강력 한파와 추위로 인해 난방비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고지서(2023년 1월 사용분)를 더 걱정하고 있다. 대구 북구의 주택가에서 만난 주민 강모(73)씨는 "등유보일러를 사용하는데, 한 드럼에 30만원 가까이 들기 때문에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고 있다"며 "연탄보일러 비용이 그렇게 싸다면 바꿀 생각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치솟은 난방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보일러 문의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지역 한 보일러 설비업자는 "난방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실제 일반주택의 경우 연료비가 비싼 등유보일러에서 연탄보일러로 갈아타는 분들이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곳에서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도 있다"면서 "보통 연탄보일러가 난방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온수용 등유보일러와 함께 사용하거나 전기온수기를 따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구 중구의 한 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이달 들어 고령층의 연탄보일러 설치 문의가 많다. 아무래도 가스요금이 많이 오르고 기름값은 비싸기 때문인 것 같다"며 "도시가스 요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고돼 있기 때문에 연탄보일러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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