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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대 보건복지경영과 최옥순, 필순, 차순씨 세 자매가 '인간화환'을 걸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성대 제공> |
'이날만 기다렸다. 드디어 졸업이다. 축 13년 만에 수성대 졸업'
지난 3일 대구 수성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재희(33·대구시 북구 복현동)씨의 졸업을 축하하는 '인간화환'의 문구다. 그녀의 목에 걸린 축하 문구는 졸업을 축하하러 온 친구 3명이 만들어 줬다. 친구들은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13년 동안 엄청난 노력을 한 재희를 즐겁게 축하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간화환'은 졸업 등 기념일에 톡톡 튀는 문구로 축하하기 위해 만드는 화환으로 의미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최근의 축하 방법이다.
김재희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2010년 수성대 호텔조리과에 입학했으나 경제적 여건 등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했다. 다시 대학 진학을 꿈꾼 김씨는 간호학과로 진로를 수정했지만, 고교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우회하기로 하고 수성대 보건복지경영과에 입학했다. 고향인 경북 성주군청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며 주경야독으로 보건복지경영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김씨는 이 성적을 바탕으로 간호학과 대졸자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간호학과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 간호학과 181명의 신입생(2019년도) 가운데 7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교직을 이수하고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보건교사 임용고시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재희씨는 "13년 만에 대학 졸업에 만족하지 않고 보건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내일부터 다시 허리띠를 졸라맬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성대의 이날 졸업식에는 '장안의 화제 미모의 세 자매 첫째 최옥순 졸업' 인간화환도 눈길을 끌었다. 보건복지경영과를 졸업한 최옥순(68)·필순(66)·차순(60)씨 세 자매는 졸업을 각각 축하하는 인간화환〈사진〉을 걸고서 캠퍼스를 누볐다. 이 화환은 셋째 차순씨의 대학생 딸들이 만든 축하 리본이다. 이들은 7남매의 많은 형제들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직장인, 주부로서 생활하다가 2020년 막내 차순씨의 제안으로 수성대 보건복지경영과에 함께 입학했다.
세 자매는 학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세 자매는 서로 경쟁하며 최고의 성적을 보였으며, 둘째 필순씨는 성적은 물론 보건복지경영과 주말반 대표로서 리더십도 보여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도 성공했다. 그녀는 최근 서구시니어클럽에 취업해 현재 OJT교육을 받고 있다. 필순씨는 "남자 형제들 학업 때문에 우리 세 자매는 항상 참고 살아야만 했는데, 이제 그 아픔을 해소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여생도 서로 우애 있게 각자 꿈꾸는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태 보건복지경영과 학과장은 "제2 인생을 준비하거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뒤늦게 배움에 뛰어든 만학도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우리 대학은 만학도가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공, 특별반 편성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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