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쪽방민, 주거울타리 'SOS'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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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8  |  수정 2023-02-08 07:20  |  발행일 2023-02-08 제8면
대구지역 쪽방촌 절반 사라져

취사 안 되는 노후 숙박 전전

월세 부담도 10만원가량 늘어

대경인권硏 준비위 "대책 시급"

재개발·재건축 여파로 취약계층의 대표적 보금자리인 '쪽방'이 사라지고 있다. 쪽방에서 쫓겨난 이들은 고시원이나 여관 등지로 거처를 옮기면서 삶의 질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7일 대구경북인권연구소 준비위원회(이하 대경인권연 준비위)에 따르면, 2016년 128곳이었던 대구지역 쪽방 건물은 지난해 11월 66곳으로 6년 새 48%(62곳) 줄어들어 반토막 났다.

현재 이들 쪽방 건물 안에는 926개의 작은 방에 63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방의 수도 2015년 1천586개에 비해 41%(660개) 감소했다.

대구쪽방상담소는 이처럼 도심 쪽방 건물이 크게 줄어든 주된 이유로 재개발·재건축을 꼽았다.

도심 개발의 풍파에 밀려난 쪽방촌 주민들은 고시원이나 여관으로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노후 숙박업소들은 하룻밤 손님을 받는 대신 월세방으로 돌렸다. 실제로 대구 서구 북부정류장 뒤편의 모텔과 여관들이 월세방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일대 쪽방촌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로 편입되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인근 모텔과 여관으로 대거 이동하면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오르는 것. 월세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도 올라 쪽방촌 사람들의 주거 부담이 커졌다. 조사 결과 이 일대 모텔과 여관의 월세 평균은 30만4천원으로 기존 쪽방보다 10만원가량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거여건은 오히려 나빠졌다. 대구쪽방상담소가 북부정류장 일대 월세방을 포함해 대구 전역에 걸쳐 64곳의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부엌이 없는 곳이 68.3%로 나타났다. 취사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46%였다. 취약 계층이 쪽방에서는 그나마 취사는 가능했으나 월세방에선 이마저도 힘든 신세가 된 것이다. 이에 월세방 사람들은 무료급식소나 저렴한 식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경인권연 준비위는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대경인권연 준비위 측은 "월세방 사람들은 대부분 좁은 면적, 노후화된 건물, 냉난방 시설 미비, 열악한 환경 및 위생 상태로 인권, 생명·건강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 특히 고시원의 경우 밀집된 구조와 취약한 시설로 화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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