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청년 세대가 만들어 갈 사람답게 사는 세상

  •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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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0  |  수정 2023-02-20 06:55  |  발행일 2023-02-20 제26면
대학 졸업 시즌 맞은 청년들

지독한 경쟁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 약자 배려하고 나눔

인간에 대한 사랑 몸소 실천

더 나은 세상 위해 노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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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 (대구대 총장)

대학마다 졸업식이 열리는 때다. 매년 이맘때 많은 청년이 수년간 노력한 결실인 빛나는 졸업장을 받고 각자의 꿈을 향해 사회로 나가는 멋진 모습을 본다. 그런 시절을 앞서 경험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졸업을 축하하면서 장차 이들이 마주할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고 싶었다. 문득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로 요즘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온 챗GPT는 우리 졸업생에게 어떤 조언을 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고 인간의 감성이 담긴 글까지 단숨에 써내는 놀라운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듯 챗GPT는 질문을 입력하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답을 내놓았다. 챗봇이 제시한 답의 요지는 대략 이러한 것이었다. 동료, 동문, 전문가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일자리를 얻어라,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빚을 가능한 한 빨리 갚을 수 있는 계획을 세워라, 노후를 대비하여 저축을 시작하고 재정 안정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라 등등.

대학 졸업식에서 흔히 들어온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고상한 무엇을 기대한 필자로서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장차 각박한 현실을 마주해야 할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가 해줄 만한 조언은 오히려 이런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막 사회로 나가는 우리 청년들이 곧바로 직면할 일은 일자리, 학자금 대출, 노후 준비 등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제자들에게 인공지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현실적 조언만을 해줄 수는 없다. 필자는 우리 졸업생들을 축복하면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등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 아울러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열되고, 양극화된 이 사회에서 우리 청년 세대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그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다.

한나절 숙고한 끝에 필자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남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함께 나누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가난한 구두 수선공과 그의 아내가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을 대가 없이 돕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는 외투 한 벌을 번갈아 입어야 할 정도로 궁핍하지만, 그들의 집을 내어주고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유와 실천하는 사랑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지난주 대학 졸업식에서 필자는 졸업생들에게 지독한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하였다.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을 보며 저마다 품은 꿈에 도전하여 개인으로도 크게 성취하기를 기원하면서 아울러 사람답게 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도 함께 해주기를 희망하였다. 사회의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나눔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를 당부하였다.

사람답게 살만한 세상은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도울 때만이 가능하다. 불평등하고 분열된 사회의 각박한 현실에도 우리 청년 세대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하며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인간에 대한 사랑,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우리 청년 세대가 몸소 실천하기를 기대해본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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