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달성 '천내천'에 무슨 일이?…생태공원 가꿨더니 고라니가 '풀쩍'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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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  수정 2023-02-22 07:55  |  발행일 2023-02-22 제10면
주민, 10여년 만에 고라니 목격 "신기해"

1급 멸종위기종 수달도 종종 목격…SNS에 올리면서 화제
고라니
20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천 하류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영남일보 독자 제공

직장인 최모(55) 씨는 얼마 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천내천'을 산책하다 깜짝 놀랐다. 고라니 한 마리가 물가에서 노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거의 매일 천내천에서 산책했지만, 고라니를 본 건 처음"이라며 "급격한 개발로 서식 환경이 훼손된 도심의 하천에서 고라니를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낙동강 지천인 천내천에서 수달에 이어 고라니까지 포착됐다. 관할 지자체가 10여년 동안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인 이후 주변에 풀숲이 우거지고, 적당한 습기가 조성되면서 동·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모한 덕분이다.

21일 화원읍 천내리 주민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천내천 화원교 하류 300m 지점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목격됐다. 몸길이 80~90㎝, 몸무게 15㎏ 정도 되는 고라니였다.

고라니는 천내천 주변에서 산책하는 시민들이 여럿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물풀을 뜯어 먹다 헤엄을 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의 짓궂은 야유에는 발 빠르게 천내천 상류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아나기도 했다.

천내천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종 수달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수달은 물속을 오가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물 밖으로 나와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광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아 SNS에 올리면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산책로와 물 주변에는 누룩뱀(밀뱀)도 출몰한다. 누룩뱀은 술을 담글 때 쓰는 누룩과 색이 비슷해 그렇게 불린다. 저지대 하천이나 강변 또는 밭, 산림 등지에 주로 서식한다. 개구리, 들쥐, 새알, 도마뱀 등을 잡아먹고 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룩뱀 출몰에 화원읍 행정복지센터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출몰에 따른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천내천 주변 곳곳에선 식물과 어류, 조류, 양서·파충류 등 수백 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군 관계자는 "하천에 동·식물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생태계가 살아났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자연형 하천을 잘 유지해 지역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달성군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274억 원이 투입해 천내천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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