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3년간의 대지진 복구, 무너져 내린 마음도 회복됐을까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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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4  |  수정 2023-02-24 07:52  |  발행일 2023-02-24 제15면
日정신과 의사의 간사이 진료기록
다양한 트라우마 양상과 변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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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쓰마사 지음/박소영 옮김/ 후마니타스/320쪽/1만8천원

1995년 1월17일 규모 7.3의 강진이 일본 간사이 지역을 강타했다. 당시 고베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서 근무 중이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의국장으로서 구호 체계를 조직하고 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을 챙기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 시기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산케이신문에 '재난 지역의 진료기록부'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그는 1년여간 연재한 31편의 글을 바탕으로 이듬해 첫 책을 발표해 산토리학예상을 받았다. 책은 1996년 발간된 초판과 이후 3년간 지진 피해가 복구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살피며 상처의 회복에 관해 성찰한 글을 모은 2019년 그의 유고집에서 선별했다.

이 책에선 그가 대형 재난에서 발견했던 아픔과 트라우마의 다양한 양상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아픔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짚어내고 '마음 돌봄'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이야기한다. 동시에 정신과적 치료가 갖는 한계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책에는 공동체와 사회가 상처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회복의 과정에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재일 교포 3세인 그는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이야기하며 재난 상황에서 외국인을 비롯한 소수자 차별이 심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책에서도 강조한다. 저자는 간세포암으로 마흔을 앞둔 2000년 겨울 세상을 떠났고, 이후 그의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해져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등을 겪은 한국 사회 구성원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줄 것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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