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부모 빚 대물림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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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6:53  |  수정 2023-03-27 08:58  |  발행일 2023-03-24 제23면

경북 구미시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은 부모에게 ‘빛’이 아닌 ‘빚’을 물려받더라도 파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친권자나 피상속인이 사망할 경우 아동·청소년이 한정승인·상속 포기 의사표시가 가능하도록 법률 서비스 지원 조례를 제정했기 때문이다. 구미시의회는 지난 16일 열린 제265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아동·청소년 부모 빚 대물림 방지 지원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신설 조례는 구미시에 거주하는 24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친권자나 피상속인 사망으로 발생하는 채무를 일방적으로 떠안는 억울함이 없도록 했다. 구미시장에게 상속채무 대상자 발굴과 권리보호 의무를 부여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지원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아동·청소년 법률지원에 필요한 비용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민법상 친권자·피상속인 사망으로 발생한 채무가 남겨진 것을 알게 된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미성년자 상속인이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 구미시의 이번 조례안은 내달 중에 효력이 발생한다. 이날부터 빚 대물림으로 발생하는 미성년자 파산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대법원이 집계한 2016년부터 5년간 부모 빚 상속 등으로 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가 80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미성년자 파산 신청은 매월 1명 이상 발생할 정도로 아동·청소년의 빚 대물림 문제는 사회적 문제였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부모의 채무를 상속받은 아동·청소년에게 ‘빚’ 대신 ‘빛’을 주는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 박수를 보낸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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