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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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06:57  |  수정 2023-03-27 06:58  |  발행일 2023-03-27 제25면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생물학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연구한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베토벤의 것으로 알려져 내려온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을 연구해 보니 종전에 그의 것이라고 알려진 '힐러 모발'은 가짜임이 판명되었다. 그중 다섯 샘플만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어 신빙성이 높았다. 19세기 서양에는 사람이 죽으면 해부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장을 꺼내 기념품으로 보관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1827년 베토벤이 죽었을 때 뇌의 주름을 보기 위하여 두개골을 열었고 먹은 귀를 연구하기 위해 귀도 베었고 친구들은 머리카락을 잘라갔다. 죽은 지 3일이 되자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신빙성 있는 모발로 그의 신병과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려고 했다. 그가 납 중독이었다는 것은 가짜 '힐러 모발'의 분석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다섯 샘플에는 B형 간염의 자취가 있어 간경변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B형 간염은 출산, 성행위, 주사 때 주로 감염되지만 베토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주사를 맞은 적이 없기 때문에 출생 때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벨기에에 '반 베토벤'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족보상 그들의 16세기 조상이 베토벤과 같은 조상이라고 늘 자랑하였는데, 이번 연구팀이 이들과 베토벤의 유전자를 연구해 보니 전혀 관계없는 것이 밝혀져 그들은 적잖게 실망하였다. 연구팀은 나름대로의 설명을 내놓았다. 알코올 중독자인 베토벤의 할머니가 혼외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베토벤의 아버지였으니 베토벤은 베토벤 가문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다는 것.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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