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구리 소년' 재수사, 내 가족 일로 여기고 혼신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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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9 06:39  |  수정 2023-03-29 06:38  |  발행일 2023-03-29 제27면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우리 가슴 한쪽은 아리고 또 아린다. 찬란했던 그 봄, 꽃도 못 피우고 떠난 다섯 아이들의 영혼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념에서다. 그 아이들이 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만 했는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 32주기 추모제가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열렸다. 거듭 고인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1991년 3월 성서초등생 5명은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오른 인근 와룡산에서 연락이 끊겼다. 실종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 이 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연인원 35만명의 경찰력이 투입됐지만 32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공소시효는 이미 2006년 3월 끝이 났다. 유족들은 너무나도 어이없이 불귀의 객이 된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단 하루도 온전한 삶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사회의 어른들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숨길 수 없었다.

경찰에 촉구한다. '개구리 소년'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결코 허투루 하지 말아 줄 것을. 2019년 당시 경찰 총수도 사건 현장을 찾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 고(故) 우철원군 아버지인 우종우씨의 호소처럼 정부와 국회도 나서서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범인은 언젠가는 잡힌다. 진리다. 같은 장기 미제였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진 사례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앞으로 10년이 더 걸리든. 날벼락 같은 죽음을 당한 아이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하늘나라에서만큼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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