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서문시장 이전 개장 100년

  • 박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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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0 07:02  |  수정 2023-03-30 07:02  |  발행일 2023-03-30 제23면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현재 위치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100년째다. 다음 달 1일 대대적 기념행사가 열린다. 대구읍성 북문 밖에 '대구장'으로 자리 잡은 작은 장터가 서문 밖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서문시장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논산 강경시장, 평양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구읍성을 중심으로 북문시장과 남문시장, 동문시장이 개설됐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거나 폐장됐다. 북문시장은 칠성시장에 합쳐졌다.

'큰 장'으로 불린 서문시장은 서민의 애환(哀歡)이 서린 곳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 '없는 게 없는' 만물 시장이었다. '설빔'을 비롯해 갖가지 옷과 신발 등 생필품을 이곳에 의존했다. 한때 포목 도매상이 밀집했고, 의류와 이불, 양말로 유명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상인과 손님 간 가격 흥정도 일상적 장면. 수백 년간 전통시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크고 작은 화재가 상인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서문시장이 요즘 '보수의 성지'로 불린다. 선거철, 특히 대선 때면 보수 후보들이 잇따라 이곳을 찾는 게 일상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등 정치적 위기 때마다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이명박·윤석열·이준석 등 정치인들이 대선 때나 당 대표 선거 때 어김없이 발걸음을 했다. 영업에 방해된다며 반대하는 상인도 있지만 대체로 환영 일색이다. 이번 100주년 기념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참석 여부가 관심사다. 시민을 위한 뮤지컬과 가요제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돼 있다. 박윤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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