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버닝썬 덮고 승리 꾸짖는 언론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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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31 06:56  |  수정 2023-03-31 06:57  |  발행일 2023-03-31 제22면
버닝썬 사태때 구속된 승리
언론서 사건 핵심으로 지목
하지만 혐의 모두 개인비리
화제성·조회수에 매달리는
언론의 보도 태도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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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얼마 전 승리가 출소했다. 많은 매체가 승리의 근황을 전하면서 여전히 그를 버닝썬 사태와 연결했다. 승리가 버닝썬 사태의 핵심이었다는 식이다. 바로 이렇게 언론이 승리를 버닝썬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하면서 그가 정말로 핵심이 됐었다. 그리고 재판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여전히 언론은 승리를 버닝썬 사태 핵심이라고 하는 것이다. 많은 매체가 승리에게 반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준엄하게 꾸짖었다. 하지만 더 크게 반성해야 할 언론은 과연 반성하고 있는 걸까.

버닝썬 사태는 서울 강남 버닝썬 클럽에서 부유층 등 손님들이 공권력의 비호를 받으면서 조직적으로 마약범죄, 성범죄 등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이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진상규명 요구가 들끓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언론은 일제히 승리가 버닝썬 사태 핵심이라고 했다. 아무 근거도, 이유도 없었다. 무조건 승리가 핵심이라고 했다. 뉴스에선 버닝썬 사태 소식을 전한다면서 승리 수사 현황, 정준영 수사 현황을 전했다. 당시 언론이 승리 사건과 정준영 사건을 버닝썬 사태라고 했던 것인데, 그중에서도 승리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언론은 승리 구속 처벌이 버닝썬 사태의 해결이라고 했다. 수사 상황이 생중계되다시피 보도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사기관은 승리와 버닝썬 사태의 연결성을 밝히는 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 길게 이어졌고 구속하는 데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수사기관이 승리와 버닝썬 사태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고심하면서 최대한 탈탈 턴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언론 보도로는 승리를 구속하지 못할 경우 수사기관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분위기였다.

결국 승리 구속에 성공했고 재판에서 9개 혐의 전부 유죄가 나왔다. 이로써 버닝썬 사태가 마무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승리의 9개 혐의 중에 버닝썬 사태와 연관된 것은 하나도 없다. 횡령, 성접대, 식품위생법 위반, 도박 등 모두 승리의 개인비리이다. 정준영 사건도 그의 개인비리였다. 승리가 버닝썬 사태의 핵심이라면 그가 버닝썬에 마약을 공급했다든가, 공권력 유착의 핵심고리라든가 등등의 내용이 나와야 하지만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재판결과까지 나왔는데도 많은 매체가 버닝썬 사태를 승리로 덮은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승리와 버닝썬을 연결하면서 승리만 꾸짖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집단적으로 중대사건을 연예인 사건으로 바꿔치기한 황당한 사례인데, 설마 매체들이 의도적으로 작당해서 벌인 일은 아닐 것이다. 기사의 화제성, 조회 수 등에 목을 매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벌어진 참사로 보인다.

버닝썬 사태는 처음에 유흥가 시비 사건 정도로 다뤄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한류 톱스타인 승리 이름이 나오자 언론이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승리의 혐의가 약해졌는데도 언론은 진실보단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에게 매달렸다. 버닝썬 사태가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닌, 강남 대형클럽 문화 전반의 문제일 수 있다는 관계자의 주장도 나왔었지만 언론은 요지부동 승리만 탈탈 털었다. 언론이 '승리 처벌!'만 외치는 사이에 버닝썬 사태 진상규명의 골든타임은 지나버리고 말았다.

건국 이래 이 정도까지 언론이 집단적으로 국민을 호도한 사례가 또 있을까. 화제성, 조회 수 같은 것에만 목을 매다 보면 이런 일은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언론이 이제라도 잘못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다.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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