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씨 눈물의 사과에 5·18 유족들 '오열'

  • 서용덕
  • |
  • 입력 2023-03-31 14:01  |  수정 2023-03-31 14:04
전우원.jpg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와 포옹하는 전우원 씨.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5·18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었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5ㆍ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민주화운동 유족 및 피해자들과 만난 전씨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ㆍ18 앞에 너무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는 못할망정 군부 독재에 맞선 영웅들을 군홧발로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씨는 “제 가족들뿐 아니라 저 또한 추악한 죄인”이라며 “그들이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외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광주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또 전씨는 “정말 죽어 마땅한 저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자리에서 제가 감사드리는만큼,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보일 수 있도록 반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희 가족을 대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43년 만에 사과를 들은 유족들의 오열이 터져나왔다.  당시 학생시민군으로 활동한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는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두렵고 고통이 컸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화해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80년 상무대에 끌려가 고문을 받은 김관 씨는 “20대 초반 겪은 상처로 예순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5ㆍ18 유공자들 역시 모두 정신적 트라우마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희는 항상 화해와 용서로 여러분의 손을 잡아줄 준비가 돼있다. 오늘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나와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씨는 피해자들을 끌어안았다. 일부 유족에게는 무릎을 꿇고 큰 절도 올렸다. 

이후 전 씨는 전두환 일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망월동 5ㆍ18민주묘지도 찾아 참배했다.

전우원 시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입니다”라고 썼다.

앞서 지난 28일 뉴욕에서 귀국한 전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38시간 만에 석방된 직후 광주를 찾았다.

한편, 이날 전우원 씨의 방문에 광주 시민들은 따뜻한 말과 응원을 건네는가 하면 음료수를 전하며 “고마워요, 전우원 씨”라고 외치기도 했다.
서용덕기자 sydkjs@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용덕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