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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964년 4월14일 미국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해풍 아래'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닷가' 등 자연의 역사를 다룬 저서들을 출간했다. 합성살충제 오염 문제를 다룬 '침묵의 봄'도 널리 알려진 저작이다. '침묵의 봄'은 봄이 와도 살충제 독성 탓에 조류가 사라져 새소리도 없이 지구가 조용하다는 뜻이다.
새만 죽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체구가 더 작은 까닭에 벌은 멸종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래서 UN은 5월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제정했다. 5월20일이 UN 제정 '세계 벌의 날'이 된 것은 그날이 슬로베니아 근대 양봉인 안톤 얀사(Anton Jansa)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는 '유럽 양봉의 심장' 소리를 듣는 나라이다. 인구 200만 슬로베니아에 양봉 인구가 1만명이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양봉인이 25만명이나 된다는 말이다. 자연스레, 국가 슬로베니아와 그 나라 양봉인 안톤이 무·저농약 농산물 애용과 벌이 좋아하는 꽃 많이 심기 운동에 앞장섰다. 그 덕(?)에 안톤은 자신의 생일이 UN 기념일로 제정되는 광영을 누리게 되었다.
농약과 살충제 때문에 벌 개체가 격감하여 자연생태계 유지에 큰 적신호가 켜졌다. 벌이 많아야 꽃과 식물들의 수분이 원활하게 일어나는데, 농약 및 살충제 과다 살포로 벌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자연생태계가 위험해진 것이다. 벌이 없으면 식물이 죽고, 식물이 죽으면 동물이 죽고 마침내 사람이 죽는다. 회색 도시에 살더라도 작은 꽃밭은 만들 수 있으니 모두 안톤이 되어야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벌은 1509년(중종 4) 경북 청송에 살았던 꿀벌들이다. 그러나 이 벌들은 '의로운 개'나 '의로운 소'처럼 주인의 생명을 살리고 대신 죽은 충신(!)들은 아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경북도 등 여러 공공기관 청사와 누리집에도 올라 계속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당시 청송부사 정붕(鄭鵬) 덕이다. 절친한 사이였던 영의정이 "청송은 잣과 꿀의 명산지 아닌가! 나한테 좀 보내주게"라는 전갈을 보내오자 정붕은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고(柏在高岺頂上) 꿀은 민간의 벌통에 있는데(蜜在民間蜂筒中) 태수가 무슨 재주로 그것을 얻을 수 있겠소(爲太守者何由得之)?" 하고 답장을 보냈다. 이 일화는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부정부패를 철저히 거부하는 청렴 공직자의 모범으로 우리 역사에 회자되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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