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래전쟁, 매년 500억t 채굴…모래도 이젠 많지 않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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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4  |  수정 2023-04-14 08:11  |  발행일 2023-04-14 제15면
모래로 국토 25% 넓힌 사례를 비롯해

도시 확장·모래 마피아·생태계 파괴…

日환경기자가 파헤친 모래 고갈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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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문기자인 저자는 과도한 모래 채굴은 환경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경고한다.
모래전쟁
이시 히로유키 지음/고선윤 옮김/페이퍼로드/272쪽/1만6천800원

세계의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어렵지 않게 모래를 볼 수 있기에 이 말이 실감 나지 않을 것이다. 모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고 있는 자원이다. 도시 확장 등으로 세계에서 매년 채굴되는 모래는 500억t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여 년 동안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13년 NHK에서 방영된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모래 전쟁'을 보고 모래를 둘러싼 현실을 알게 됐다. 이후 뉴욕타임스에 실린 저널리스트 빈스 베이저의 칼럼을 보고 또 충격을 받는다. 2005년 이후 모래 채굴로 인도네시아에서 작은 섬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모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모래 문제를 다룬 이 책을 쓰게 됐다.

저자는 모래를 고갈시킨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도시화를 꼽는다. 1950년 세계의 도시화율은 30%였지만, 2018년 도시 비율은 55%로 늘어났고, 2050년에는 전 세계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470억t에서 590억t의 모래가 채굴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강들이 1년간 운반하는 토사량의 2배 수준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라지는 모래의 양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에 고갈되는 모래를 서로 확보하기 위한 나라 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책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래 쟁탈전을 다룬다. 자국의 모래가 수출되지 못하게 막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모래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흉악범도 있을 정도다. 저자는 모래 불법 채굴과 관련해 지난 10년 새 수백 명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모래를 불법 거래하는 일명 '모래 마피아'들은 채굴을 반대하는 활동가나 언론인, 단속하는 경찰을 살해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 모래가 점점 바닥을 보이자 대만과 북한의 모래를 노린다. 식량난을 겪는 북한도 석탄,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에 이어 서해안의 모래까지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책에선 모래로 국토를 매립해 이전 국토 면적의 25%에 달하는 면적을 늘린 싱가포르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싱가포르는 인공적으로 국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수입했다. 어느 순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싱가포르에 모래 수출을 해온 국가의 정부들은 모래 고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이에 싱가포르에 대한 모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처를 한다. 저자는 "각국에서 모래 수출을 금지하자 싱가포르는 모래를 국가 차원에서 비축하고 있다. 모래를 석유급의 전략적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인간이 모래 쟁탈전을 벌이면서 자연 속 생물이 모래 고갈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모래 고갈로 생물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봤다. 중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인 포양호 주위 습지가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세계에 4종밖에 없는 담수산 돌고래 중 한 종인 양쯔강돌고래는 모래 채굴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였다.

책에선 과도한 모래 채굴로 환경이 파괴되면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인공섬 건설을 위해 상카란 제도 부근 해저에서 모래를 채굴하자 제도 주변 어획량이 3분의 2로 감소한 것이 일례다.

저자는 모래 외에 다른 자연자원들의 고갈도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그는 "지구를 수박에 비유한다면, 달콤한 과육을 다 먹어치우고 이제는 껍질의 하얀 부분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라며 "모래는 우리가 먹어치운 수많은 과육 중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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