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하늘길' 다음은 '마음길'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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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0  |  수정 2023-04-20 10:52  |  발행일 2023-04-20 제22면

[취재수첩] 하늘길 다음은 마음길
민경석기자〈사회부〉

"그 동네 사람들 너무 믿지 마라."

대구경북지역에서 태어난 기자가 자라면서 '전라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종종 들었던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나본 적도 없는 그들에 대한 '지역감정'이 자연스레 뿌리내리게 됐다. 전라도에서 말하는 '경상도 사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본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만난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산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동서화합.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해묵은 숙제다. 3김(三金,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을 비롯해 우리 역사에서 아무리 큰 족적을 남긴 정치인이라 해도 지역 갈등만큼은 해소하지 못했다. 그런 난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이제야 찾게 됐다. 바로 '공항'이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지역의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과 '광주군공항이전 특별법'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나란히 통과하면서 달빛동맹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이를 자축하기 위해 '영호남 우정의 비'가 우뚝 솟아 있는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만났다. 국회에서 극한 대립을 벌이던 영호남 지역 의원들도 함께 참석해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수정당과 민주당계 정당 소속으로 나뉘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던 모습만 보다가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생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홍 시장은 TK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광주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광주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TK신공항에 부정적인 같은 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아줬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홍카콜라의 강한 추진력 덕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이제 하늘길을 열었으니 철길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지역을 잇는 '달빛내륙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데 힘을 합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달빛고속철도가 깔리면 영호남 주요 도시 간의 거리는 1시간대로 좁혀진다.

몸이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했던가. 절대 손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양 지역의 정치권이 물리적인 접근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지역민은 '마음길'을 낼 차례다. 광주에 있는 젊은이의 고민과 대구에 있는 젊은이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는 걸 이제라도 깨닫고 불신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호남과 영남은 서로에게 든든한 이웃이다.
민경석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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