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열풍 부는 대구…시티투어 테마노선 운행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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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3 18:54  |  수정 2023-04-24 07:42  |  발행일 2023-04-24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내달 28일까지 대구미술관

이병철 흔적 따라가는 '인물 기행'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 서문시장도

이건희 컬렉션 열풍 부는 대구…시티투어 테마노선 운행
대구시가 '이건희 컬렉션'과 연계한 시티투어 특별 테마노선을 기획했다. 대구시티투어 버스 모습. 〈대구시 제공〉

'이건희 컬렉션' 열풍이 대구에서도 불고 있다. 삼성그룹이 태동한 지역인 데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문화재와 예술품이 국보급이라 불릴 정도로 평소 만나보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특별전과 연계한 시티투어 코스를 마련하는 등 관광콘텐츠 개발에도 나섰다.

 

23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웰컴 홈: 개화(開花)'가 다음 달 28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6만7천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가 끝날 때쯤이면 10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11일부터 오는 7월9일까지 이 회장의 기증 특별전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이어지고 있다. 특별전에선 기증품 190건 348점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를 비롯한 국보 6건과 보물 14건이 포함됐다.

이에 대구시와 대구시관광협회는 '물 들어올 때 노젓기'에 나섰다. 특별전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대구시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 일정에 맞춰 대구시티투어 특별 테마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테마노선은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의 흔적을 따라가는 '인물 기행'이 핵심이다.

인물 기행 노선은 중구 인교동에 있는 '이병철 고택'을 시작으로 출발한다. 고택은 이 전 회장이 결혼 후 대구로 분가했을 때 가족과 함께 기거하던 집이다. 이곳에서 이 전 회장은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를 세웠다.

이어 노선은 삼성상회 터로 이어지는데,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는 당시에는 주로 밀가루와 청과 등을 팔았으며, 주력 사업 품목은 국수였다. 1997년 기존 삼성상회 건물을 철거했고, 현재는 안내판과 전시물이 있는 작은 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금고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다음으로 이동하는 장소는 수창청춘맨숀과 예술발전소다. 이곳은 대구 담배 산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데, 예술발전소는 과거 전매청이 운영하는 담배 제조공장의 창고였다. 수창청춘맨숀은 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기숙사였다고 한다. 1999년 이곳이 폐쇄되면서 창고는 예술발전소가 됐고, KT&G로부터 기부 채납받은 기숙사는 수창청춘맨숀으로 거듭났다. 현재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물 기행의 마지막 코스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청년창업 및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바뀐 '삼성창조캠퍼스'이다. 이곳 역시 삼성의 향기가 남아 있는 자리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선 자리는 과거 제일모직 공장이 자리하고 있던 터전이다.

1996년 제일모직이 구미로 이전한 뒤 국내 최초의 오페라 극장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결정됐고, 이를 기반 삼아 대구시는 국내 대표적인 오페라 도시로 거듭났다.

삼성창조캠퍼스는 과거 제일모직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근로자들이 머물던 기숙 공간을 △미술 공방 △창작 작업실 △음악실 카페 등이 자리한 아틀리에 존으로 탈바꿈시켰다. 옛 삼성상회 건물을 본 따 만든 본관은 삼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업기념관으로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오페라하우스와 삼성창조캠퍼스 앞을 지나는 도로 이름이 '호암로'인데, 이는 이병철 전 회장의 아호인 '호암'(湖巖)에서 따온 것이다.

이처럼 이병철 고택 → 삼성상회터 → 수창청춘맨숀&예술발전소 → 오페라하우스&삼성창조캠퍼스로 이어지는 인물 기행을 통해 자본과 상권이 모인 대구의 옛 흔적과 변화된 모습 상을 단번에 만나볼 수 있다.

특별 테마노선에는 서문시장도 포함돼 있다. 최근 이전 10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방문해 유명한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인 1600년대에 형성돼 400년 넘게 성업 중이다. 조선 시대에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로도 유명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정치권에서 '보수의 성지' '대구 민심의 바로미터'로 인식되기도 한다.

테마노선은 이건희 컬렉션 기간 매일 오전 9시부터 하루 한 차례 대구시티투어버스로 운영된다. 또 대구미술관과 국립대구박물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오전 11시 20분 미술관부터 하루 3회 운행한다.

김동우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특별전과 연계한 대구시티투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의미를 돌아보고 기업가 정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시는 국립대구박물관과 대구미술관, 내년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인 간송미술관을 연계한 시티투어 운영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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