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늘 보는 그제 뉴-쓰…'신문 타임머신' 타고 해방기 대구경북으로~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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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8  |  수정 2023-04-28 09:21  |  발행일 2023-04-28 제15면
1945~50년 지역 핫뉴스 통해

그때 그 시절 일상 들여다 봐

2019년 펴낸 책 후속 여행기

당시 신문인 3명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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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1948년 4월24일자에 실린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광고. '오늘 보는 그제 뉴-쓰'는 영남일보 등 신문 기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모두 39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영남일보 DB〉
뉴쓰_표지
박창원 지음 /멀티애드/236쪽/1만6천800원

'영화와 연극 등 흥행물에 대한 입장세가 대폭 인상한 데 대해 기보한 바와 같이 경향을 막론한 이 방면의 문화인들이 총궐기하여 법령을 시정해 달라는 요청 선풍을 일으키고…얼마 전 서울서 세금 필요 없다는 입장료 10원이라는 극장 경영자들의 새로운 전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경북에까지 파급되었는가. 드디어 대구 만경관에서 미국영화상영을 기하여 입장료 10원을 단행 중에 있으며…'(영남일보 1948년 6월26일자)

광복 이후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관람료에 붙는 입장세가 10%나 급등하면서 영화 한 편 보는데 100원이 훌쩍 넘었다. 치솟는 물가를 감안 하더라도 반년 만에 2~3배 올라 논란이 됐다. 정부의 무리한 방침에 손님이 끊긴 영화관은 좌불안석이었다. 급기야 대구의 만경관은 10원짜리 영화를 상영하며 반발했다.

책은 신문 기사를 징검다리 삼아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듯 1945~1950년 대구경북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저자가 2019년 쓴 '조금 지난 뉴-쓰'에 이은 후속 여행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의 지금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질문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구와 경북 사람이고, '어디'는 해방공간이다. 해방은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살아가는 노정의 첫 단추를 끼운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첫 단추는 어찌 끼워졌고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저자는 그 물음이 시간여행의 출발이었다고 전한다. 책에는 당시 신문 기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모두 39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때 그 시절의 대구경북 생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 팔아먹고 집 내놓은 이유' '봉급쟁이 비웃는 기생월급' '신천을 두드린 빨래방망이' '투표해야 식량 준다' 등 당시 지역의 이슈와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부동산을 둘러싼 서민들의 고통, 수험생 10명 중 9명이 서울의 대학을 원했던 이야기 등은 지금과 거의 판박이처럼 보인다. 에피소드 모두 '그땐 그랬지'의 공감을 넘어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 생활상과 사회문제까지 반추해 볼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 말미에는 저자 특유의 재치와 촌철살인이 담긴 '군말' 코너를 마련해 재미를 더한다.

에피소드 중 '대구의 연인(戀人) 금달네'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시내 한복판에서 시속 60리로 달리는 찝 앞에 용감히 뛰어드는 한 여성!(중략) 그는 조곰도 수치 없이 옷을 벗고 율동미 없는 나체문화의 첨단을 보게 되었으나 한 찰나 그는 주름살 낀 배를 뚜드리며 그의 ○○에 손을 대여 나에게 덤비며~'(남선경제신문 1950년 2월24일자)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달리던 지프차를 갑자기 멈춰 세우고 한 여성이 뛰어들었다. 그녀는 홀라당 옷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자가 춤추며 울다 웃다 하는 사이 주변은 구경꾼들로 북적인다. 그 모습이 한 이방인의 눈에 목격되고 그녀의 소식은 바다 건너 다른 세상으로 전파된다.

부록으로는 김의균 영남일보 초대 사장, 이목 민성일보 초대 사장 겸 발행인, 최석채 부녀일보 편집국장(이후 매일신문 주필 역임) 등 해방기 신문인 3명의 이야기를 보탰다.

저자는 서문에서 "지난 시간은 오늘을 이어주고 내일의 시간을 가다듬게 한다. 현재의 삶을 견주는데 과거는 필요하다"며 "과거를 담은 오늘은 내일의 발판이 된다. 과거가 있는 도시를 여행하며 즐거움과 아쉬움, 기운을 얻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런 뜻에서 저자는 "시간은 뒤로도 흐른다"는 말로 이 책을 닫는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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