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의성 고운사 호랑이벽화는 왜 눈동자를 움직일까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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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8  |  수정 2023-04-28 09:26  |  발행일 2023-04-28 제16면
100곳 넘는 전국 사찰순례한 전문가

절과 연관된 각종 숫자 일화를 비롯

혼자만 알기 아쉬운 불교이야기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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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고운사 호랑이 벽화 <담앤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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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찬 지음/담앤북스/312쪽/1만6천800원

전국 각지의 절은 많은 사람에게 쉼터이자 좋은 여행지다. 절을 찾아가면 이와 관련된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각종 책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절에 관한 이야기는 흔하지만, 일부만 아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사찰순례전문가인 저자는 여러 불교 대학에서 불교 교리를 강의하며 불교 문화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그는 100여 곳이 넘는 절을 순례객과 함께 또는 혼자서 찾아다녔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절 속에 숨어있는 여러 이야기를 만났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혼자만 알기 아쉬워 책으로 쓰게 됐다. 책에 실린 이야기는 저자가 울산 백양사에서 출간하는 '백양',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서울 봉은사의 '판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의 '법회와 설법' 등에 연재한 내용을 정리했다.

책의 첫 장 '돌부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사찰에서 만날 수 있는 부처님들이 품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 슬픔과 아픔이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경주 남산 보리사의 부처님은 불상 연구가들 사이에서 '장동건 부처님'으로 불리며 누구보다 잘생긴 얼굴을 자랑한다. 이처럼 멋들어지게 생긴 부처님은 불교에서 '상호가 원만하시다'라고 표현한다. 충주 월악산 중원 미륵사지 미륵불은 얼굴만 씻은 것처럼 몸통이 까맣고 얼굴은 하얗다. 누군가는 "중생을 보살피기 바빠 얼굴만 씻고, 몸과 옷을 씻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부처님 갓 부분 아래쪽 테두리 안에 홈이 있어 빗물이 홈이 있는 부분에서 멈춰 아래로 떨어져 얼굴은 빗물로 인한 변화를 겪지 않아 하얗게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두 번째 장 '열두 동물과 나누는 법담'에선 전각과 탑, 석등 등 여러 곳에 숨어있는 십이지신 동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몸을 불 속에 내던져 부처님에게 공양한 원숭이나 돼지로 세상에 나온 보현보살 등의 이야기는 마치 전래동화를 듣는 듯하다. 경북 의성 고운사에 있는 유명한 호랑이 벽화는 보는 사람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여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벽화는 언제, 어떤 이유로 그려졌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저자는 "'고운사 호랑이'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가능한데 이는 옛이야기에서 호랑이가 여러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 번째 장 '사찰 속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선 일주문, 염주의 개수, 타종 횟수 등 절과 연관된 각종 숫자를 바탕으로 불교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불교 경전에 나오는 숫자 단위나 시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석가모니 부처는 지금으로부터 2천600년 전에 이 땅에 왔지만, '법화경'의 '여래수량품'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 이전에 이미 성불했다. 경전에선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사찰을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한다. 사찰의 벽화, 석등, 불상 등은 고전 이야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도 창작해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는 "그 옛날 부처님께서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유와 이야기로 가르침을 전해줬다. 이후 불교가 전해질 때도 그 지역과 시대에 맞는 이야기가 등장해 부처님 가르침이 대중에게 스며들었고, 이런 이야기는 사찰 곳곳에 남아있다"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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