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文정부 정책이 전세사기 토양…'검수완박'은 마약사범 늘렸다"

  • 정재훈
  • |
  • 입력 2023-05-10  |  수정 2023-05-10 11:24  |  발행일 2023-05-10 제5면
취임 1주년 하루 앞 작심비판

"바로잡으려 해도 巨野에 막혀

국정기조 안 맞추면 인사조치"

尹 文정부 정책이 전세사기 토양…검수완박은 마약사범 늘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국무회의에서 전임 정부가 이념에 치우친 각종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주식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현 정부에서 제도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혔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12분 분량으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과 관련한 별도의 회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모두발언이 1년에 대한 사실상 '대국민 담화' 성격을 띠었다는 분석이다.

◆전임 정부 실정 조목조목 비판

윤 대통령은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순간"이라며 '무너진' 분야를 거론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부동산 정책들이 전세 사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증권합수단)이 전 정부에서 해체된 점도 짚었다. 증권합수단 해체로 금융시장 반칙 행위 감시 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 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최근 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관련된 의혹이 터진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최근 마약 범죄가 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이 모두 목격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마약 사범이 늘고 수사와 검거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꼬집은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며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방위 훈련이 오는 16일 6년 만에 재개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면서 전임 정부의 안보관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의 비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5년간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서 변화 강조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변화된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성과를 계량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고, 우리가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고강도 공무원 기강 개혁'도 주문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자세)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며 "장관들은 더 확실하고 더 단호하게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정으로 오늘날 대규모 전세 사기와 청소년까지 파고든 마약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이 만연한 현실도 재차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며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가져야 하고, 평가 기준은 국익이자 국민의 이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변화"라며 "무엇을 어떻게 변화할지는 과거 정부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다.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고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인사 조치'까지 언급한 배경에 대해 기자들에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립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며 "과거 정부에서 잘못한 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토대로 국무위원으로서 임해 달라는 당연한 원칙을 말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국정과제를 담은 법안 298건 중 103건(34.5%)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법제처 통계를 인용했다. 야당과의 협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무수석이 야당 원내대표께 대화를 제의했지만, 야당이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유무와 관련해선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국민과 함께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뒤 논란이 되고 있는 간호법이 상정되지 않았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