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막아보자' 기피시설 유치전 뛰어든 경북 지자체들

  • 오주석,배운철,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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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6 17:53  |  수정 2023-05-17 08:49  |  발행일 2023-05-17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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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제1교도소. 〈법무부 교정본부〉
교정시설 등 기피 시설을 유치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익이 일선 지자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지역에선 비(非)호감 시설 유치전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인구소멸지역인 봉화·영양·청송(일명 BYC)는 각각 '양수발전소'와 '여자 교도소'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시설이 지역에 들어올까 싶어 지레 겁을 먹고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거부하는 움직임이 강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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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부대 이전 대상 중 하나인 50보병사단. 〈영남일보 DB〉
11일 '제18회 영양산나물축제장'에서는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 염원 범도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올 초 한국수력원자력이 전국 양수발전 예비 후보지에 영양군을 포함하면서 오는 8월 예정된 최종 발표를 앞두고 결의를 다진 것이다.

시설 들어서면 인구 증가 효과
지방소멸 문제 해법으로 꼽아
추진위 꾸리고 결의대회 열어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봉화군 역시 '양수발전소' 유치에 다시 나섰다. 봉화군 소천면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6천 명 이상의 직·간접적 고용 효과와 1조 원 이상의 생산 효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장을 냈다.

김경호 봉화군 신재생에너지팀장은 "경북도와 의회를 상대로 유치 희망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향후 정책자문 및 추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라며 "침체한 지역경제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양수발전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화·영양, 양수발전소에 올인
청송, 여자교도소 건립 재도전
남·중부, 군부대 통합이전 노려


청송군은 여자교도소 유치에 전념하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 '여자 교도소를 지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청송군 진보면 일대에 위치한 교정시설들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 추가 시설 유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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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에 들어선 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양양양수발전소 제공〉
청송군에 따르면 경북 북부 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에 근무하는 직원만 1천 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여자 교도소까지 추가되면 청송군이 구상 중인 '종합 교정타운'을 완성하게 된다.

50보병사단
대구 군부대 이전 대상 중 하나인 50보병사단.영남일보 DB
청송군은 조만간 공문을 통해 여자 교도소 유치를 재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남·중부 지역 지자체들은 대구 군부대(육군 제2작전사령부·50사단·5군수지원사령부·공군 방공포병학교) 통합 이전을 기대하고 있다. 칠곡·군위·의성군, 영천·상주시 등 5개 시·군은 저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군부대 유치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한때 기피시설이었던 군부대가 선호 시설로 바뀐 모습이다.

군부대 이전을 학수고대하는 것은 이전 지역에 주택과 병원, 학교를 갖춘 타운 형태의 복합 군사 기지가 들어서면, 인구가 늘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군부대 이전을 인구소멸지역에서 벗어날 호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군부대 이전지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양해각서(MOU) 형태로 확정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소멸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면서, 기피시설 유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비선호시설이라도 유치해야 할 정도로 일선 지자체의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며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에선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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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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