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
해마다 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6월 모의평가를 전후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다. 6월 모평이 실제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다. 모의고사란 문자 그대로 실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 삼아 쳐보는 시험이다.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라면 점수가 좋고 나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해마다 6월 평가원 모평 성적이 좋지 않다고 좌절하여 공부를 포기하는 바람에 입시에서 실패한 수험생이 많다. 올해도 진짜 승부는 11월16일 수능시험에서 결정되며 6월 모평 성적과는 별로 관계없다. 남은 기간 노력 여하에 따라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모의고사의 의미와 활용법을 알고 대처하면 6월 모평은 실력 향상을 위한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수험생활을 망치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6월1일 모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시험 자체에 몰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험생은 6월 모평으로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학습의 효율성과 수험생활 전반을 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모의고사를 치고 가채점할 때 많은 학생이 몇 문제는 실수로 틀렸다며 억울해한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출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변명이 아니고 맞는 말이다.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한다. 문제 풀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 "못 풀면 어떡하나" 같은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풀 수 있어"라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자신도 모르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에게 컨디션이 좋은 날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 풀이에 몰두한 날이다. 자신감은 고난도 문제 풀이를 위한 최고의 도우미다. 수험생은 불안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문제 풀이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이 도전하고 즐기는 훈련을 해야 한다. 적절한 긴장감과 불안감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 수험생이 난이도에 너무 신경 쓰며 문제를 보기도 전에 목표 원점수를 정해놓고 시험에 임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어려우면 당황하여 자기 실력보다 성적이 안 나오게 된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 고득점보다는 편안하게 문제와 맞서는 훈련을 해야 모의고사는 실력 향상의 수단이 된다.
부모님의 태도도 자녀의 실력향상과 시험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은 모의평가 시험 날에도 평상시와 같이 자녀를 대하는 것이 좋다. 시험 잘 치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수험생은 말하지 않아도 시험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잘 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나친 격려나 걱정하는 말은 수험생에게 부담을 준다. 시험을 친 후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질책하거나 실망하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점수가 좋으면 더욱 신나게 공부하라고 격려하고, 좋지 않으면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모의고사를 친 후 후유증을 오래 앓는 학생 뒤엔 점수와 석차에 민감한 부모가 있다. 답안 작성에 실수가 잦고, 계산 실수를 많이 하는 학생 뒤에도 대개 극성 부모님이 있다. 불필요한 간섭과 잔소리는 자녀를 소심하게 만들고 자신감을 잃게 한다.
모의평가에 너무 상처받으면 실전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여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모의고사를 칠 때는 게임을 하듯이 즐겁게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험 후 잘 쳤으면 "그래 잘하고 있어. 이대로 죽 밀고 나가자"라고 말하고, 못 쳤으면 잠시 속상한 후 툭 털어버리고 "오히려 감사하다. 내가 약한 것을 미리 지적받았으니. 부족한 부분을 빈틈없이 보충하여 실전에서는 더 잘할 거야"라며 자신을 다독이는 학생이 마지막에 웃게 된다. 시험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오답 노트 정리다. 틀린 문항과 맞추긴 했지만,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문항은 과목별로 노트에 옮겨 적고 교과서나 참고서를 이용해 개념과 내용을 철저하게 정리해야 한다. 오답 노트는 후반기 최종마무리 학습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수능 일주일 전에는 오답 노트만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모의평가 점수보다는 현명한 활용법이 더 중요하다. 연습에 상처받고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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