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되살아난 거짓말 정치…"포퓰리즘은 개조된 파시즘"

  • 최미애
  • |
  • 입력 2023-06-30  |  수정 2023-06-30 08:19  |  발행일 2023-06-30 제16면
진실 부정과 극단적 혐오·폭력 선동
파시스트의 '정치적·지적 혈통' 복기
"더이상 미치광이로만 치부해선 안돼"
가짜뉴스·탈진실 시대를 향한 '경고'

괴벨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선동에 앞장섰던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저자는 역사적으로 거짓말은 비민주적 정치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한다. 〈영남일보 DB〉

2019년 미국 텍사스 엘파소 월마트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0여명이 희생당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범행 전 미국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사이트에 선언문을 올렸다. 그는 선언문에서 "히스패닉이 내가 사랑하는 텍사스주 정부와 지방정부를 장악할 것이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언문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실제 역사나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진실을 들먹였다. 그는 자신의 공격이 히스패닉 침략자에 대한 선제적인 행동이었다며 "선동자가 내가 아니라 저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이민자 자녀를 진짜 미국인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미국 시민권이나 법적 지위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민자들이 정복을 위해 미국 국경을 넘어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시즘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차별적 거짓말은 극단적인 정치 폭력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이런 '거짓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파시즘은 과거의 역사에만 있지 않다. 최근에는 포퓰리즘이 민주적 시대에 맞게 파시즘을 변형한 '포스트 파시즘'의 한 형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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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핀첼스타인 지음/장현정 옮김/ 호밀밭/236쪽/1만5천800원

특히 탈진실의 시대에는 파시스트와 포퓰리스트가 활개를 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역사를 날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 근거를 만들어나간다. 진실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이를 혐오하는 건 어떤 발전적인 토론도 합의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탈진실, 가짜뉴스 등으로 설명되는 최근의 현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결국은 파시즘으로 이어진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파시스트들의 진실에 대한 태도,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적 토대를 만든 배경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파시스트 지도자들이 어떻게 단순하면서도 혐오로 가득 찬 거짓을 진실로 왜곡하며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끌어냈는지 그 역사에 관해 설명한다. 실제 무솔리니, 히틀러 등 20세기 파시스트들이 거짓말을 통해 집권할 수 있었던 건 그 뒤에 언제나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에 표를 던진 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짓말과 말장난이 진실을 대체하고, 실제 뉴스는 오히려 가짜 뉴스로 전락하는 지금에도 이 이야기는 유의미하다. 저자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길고도 체계적인 나름의 정치적·지적 혈통을 가지고 있는 그 역사를 복기하는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봤다.

저자는 포퓰리스트들은 대의민주제의 힘을 약화하려 하고, 파시스트는 아예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책에선 유럽·미국·중남미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며 외국인과 소수자 혐오를 주도하는 포퓰리스트들을 한낱 미치광이로 치부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거짓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아도르노는 히틀러의 연설이 '성의 없는 것'이지만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가짜라며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경고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거짓말은 비민주적 정치의 출발점이었고, 이는 파시즘의 희생자들에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바로 이런 이유만으로도 거짓말의 역사는 현대 정치폭력과 인종차별, 대량학살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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